무거운 몸을 뒤집어 하릴없이 머리맡에 둔 귤을 까먹다 어제 사온 치즈를 꺼내들었다.
엎드려 책을 펼쳐 손이 가는대로 주섬주섬 집어먹으니 지금 이 순간의 입과 손과 눈이 그리고 따뜻한 이불 속이 참 행복해서
조금 더 천천히 천천히 모든 것을 즐기다
문득 손을 뻗어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 때, 방금의 내가 너무 행복했는데 순간 아침부터 내가 먹은 치즈의 칼로리와 오늘까지 하지 않은 운동에 생각이 겹쳐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가 노트북을 배에 걸치게 되지 않을까?
실없는 웃음을 짓지만 맘 속에 꽁하니 작은 걱정이 묶여있다.
세상이 이렇다.
마음대로 감정 가는대로 살면서 순간을 너무 행복하게 보내면 그 후에 찾아오는 걱정과 마음졸임이 지나치고
걱정과 마음졸임이 싫어 조금만 즐기다보면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답답하고 숨이 막혀온다.
행복하게 살자고, 미래의 걱정때문에 지금을 잃지 말자고 감정가는대로 살아도 보았고
지금처럼, 조금은 답답하지만 내일을 생각하며 살기도 하는데
내 삶을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니 이제는, 아니 당분간은
조금은 안맞는 옷에 내 스스로 숨쉬는 법을 배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나는 방금까지 어제 사온 치즈를 모두 먹어버린 여자다.
(Image by 추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