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에세이] 백미와 흑미, 그리고 현미

한자로 알아보는 세상 이야기 5

by 민샤

저는 한식을 좋아합니다. 여행을 가도 백반집을 검색해서 방문할 정도로 밥과 여러 반찬을 함께 즐기는 식사를 선호합니다. 사람마다 가장 좋아하는 반찬과 음식 조합이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건새우와 마늘종을 함께 볶은 반찬을 좋아합니다. 안 먹은 지도 오래된 반찬이네요. 가끔은 집에 있는 이름 모를 나물들을 섞어 비빔밥을 먹기도 했었습니다. 추억이 돼 버렸습니다. 오늘은 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백미(白米)는 白(흰 백), 米(쌀 미)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흰 쌀'입니다. 흰 쌀로 밥을 지으면 백미(白米) 밥이 됩니다. 白(흰 백)이 들어간 단어는 굉장히 많습니다. 흰 새를 일러 백조(白鳥), 흰머리털을 일러 백발(白髮), 검은색과 흰색을 일러 흑백(黑白)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白(흰 백)이 들어간 단어는 모두 '희다'라는 뜻을 갖죠.




어릴 때 밥이 다 지어진 밥솥을 여는 걸 좋아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밥을 지으실 때 콩을 즐겨 넣으셨습니다. 서리태, 강낭콩, 완두콩 등 다양한 콩들과 어우러진 밥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밥이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언제는 밥솥을 열었는데 색이 거무스레했습니다. 그래서 밥에 어떤 걸 넣으셨냐고 물으니 '흑미'라고 하셨습니다.


흑미(黑米)는 黑(검을 흑), 米(쌀 미)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검은 쌀'입니다. 검은 쌀로 밥을 지으면 흑미(黑米) 밥이 되는 것이죠. 黑(검을 흑)이 들어간 단어 또한 白(흰 백) 못지않게 많습니다. 특정 단어 결합하면 자연스럽게 색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둡고 캄캄한 걸 암흑(暗黑), 옻을 칠한 듯이 검다 하여 칠흑(漆黑), 먹을 가까이하면 저절로 검게 된다는 성어의 근묵자흑(近墨者黑)이 있습니다. 이렇게 黑(검을 흑)이 들어간 단어는 모두 '검다'라는 뜻을 갖습니다.




저는 요새 혈당 관리 차원으로 백미밥보다는 현미밥을 고릅니다. 현미에 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겠죠.


우리는 단어와 이미지를 결부시켜 기억합니다. 백미라는 단어를 보면 흰 쌀이 떠오르고, 흑미라는 단어를 보면 검은 쌀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현미'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누런 녀석이 생각나지 않으시나요? 그런데 왜 현미의 '현'은 玄(검을 현)을 쓰게 된 것일까요?


'검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는 대표적으로 黑(검을 흑)과 玄(검을 현)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黑(검을 흑)은 '까맣다'에 가까운 검은색을 뜻하고, 玄(검을 현)은 거무스레한, 검붉은 색을 뜻합니다. 그렇기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현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벼의 겉껍질만 벗겨 낸 쌀. 쓿지 않았기 때문에 깨끗하지 않고 누르스름하다.' 현미가 누르스름해서 거무스레한 玄(검을 현)이라는 한자를 사용한 듯합니다. 그럼에도 시원하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공부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현미(玄米)로 돌아와서, 현미는 玄(검을 현), 米(쌀 미)로 이루어진 단어이며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거무스레한 쌀' 정도가 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현미로 지은 밥을 현미밥이라고 하지만, 북한은 현미밥을 '랄반'이라고 합니다. 랄반이란 糲(현미 려/랄), 飯(밥 반)을 합쳐 만든 단어입니다. 과거 문헌을 보면 현미를 '탈속(脫粟)', 현미밥을 '탈속반(脫粟飯)'이라고도 했습니다.


- 탈속반(脫粟飯) 지어서 함께 맛보려 하였다오 / 脫粟要共嘗

(다시 앞의 운을 써서 창랑자에게 부친 시 두 수[再用前韻 寄滄浪子二首], 계곡집)

- 거칠거칠 현미밥인들 어찌 꺼리랴 / 脫粟何嫌飯有沙

(산점에서〔山店〕, 동주집)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은 요새 잠잠해진 듯합니다. 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14년에 65.1kg였다가 2023년에는 56.4kg로 나타났습니다. 1년에 1kg 정도 꼴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죠. 빵이나 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더 잦아진 듯합니다. 빵이나 면 요리도 좋지만, 백미(白米)든 흑미(黑米)든 현미(玄米)든 쌀로 지은 밥을 챙겨드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사이트: 우리말샘, 네이버 한자사전, 한국고전종합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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