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에세이] 피구와 배구, 그리고 지구

한자로 알아보는 세상 이야기 4

by 민샤

학년말 프로그램으로 학급단합 체육 활동을 진행합니다. 체육과 선생님들의 귀한 수고 덕분에 아이들끼리 응집력이 강력해지는 시기입니다. 학년과 성별에 따라 종목이 다르게 운영됩니다. 남학생은 농구, 여학생은 피구, 남녀 모두 배구를 하기도 합니다. 해당 학기 체육 시간에 배운 종목으로 정해집니다.


피구(避球)란 避(피할 피), 球(공 구)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에 따라 풀이하면 '공을 피하다'입니다.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는 '「명사」 『체육』 일정한 구역 안에서 두 편으로 갈라서 한 개의 공으로 상대편을 맞히는 공놀이'라고 나옵니다. 이는 공을 던지는 입장에서 서술된 정의입니다.


피구(避球)라는 단어는 공을 피하는 입장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한자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避(피할 피)가 활용된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을 피한다고 해서 피서(避暑), 특정한 것을 꺼려서 피한다고 해서 기피(忌避), 재난을 피해 떠나는 것을 피난(避難)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避(피할 피)가 들어간 단어는 모두 '피하다, 벗어나다'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배구를 더 좋아합니다. 피구는 상대방을 향해 공을 던져 맞혀야 합니다. 승부를 위해 상대방에게 공을 던지는 마음이 이해가 되지만 간혹 상대방의 머리나 안경이 맞으면 참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반면에 배구는 강약조절로 이뤄지는 패스와 슛이 참 재밌습니다. 또한 팀원 간 맞춰진 호흡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배구(排球)란 排(밀칠 배), 球(공 구)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에 따라 풀이하면 '공을 밀치다'입니다. 말 그대로 네트를 넘어온 공을 상대편 진영으로 밀치는 종목이죠. 排(밀칠 배)가 활용된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 대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는 것을 배제(排除), 안에서 밖으로 밀어 내보내는 것을 배출(排出), 상대방, 남을 배척하는 것을 배타(排他)라고 합니다. 이처럼 排(밀칠 배)가 쓰인 단어는 '밀치다, 물리치다'와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공과 관련된 다른 단어도 무수히 많습니다. 공을 찬다고 해서 축구(蹴球), 둥근 바구니에 공을 넣는다고 해서 농구(籠球), 들판에서 공을 가지고 승부를 겨루는 것을 야구(野球), 공을 큐 끝으로 쳐서 승부를 겨루는 당구(撞球)가 있죠. 참 재밌습니다. 球(공 구)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놀이가 이렇게나 많다니요. 동그란 모양 덕분에 자유자재로 활용될 수 있나 봅니다.


공 모양은 자기주장이 강하기보다 큰 포용력을 갖고 있습니다. 모난 곳이 없어서 일까요? 땅이 한 쪽으로 기울거나 밀쳐지면 저절로 구릅니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그래서 공(球) 모양 같은 땅(地)인, 지구(地球)에서 우리를 포함해 많은 생물이 살고 있나 봅니다. 참 감사하죠. 올림픽 경기가 한창입니다. 배구와 농구, 축구와 같은 여러 스포츠로 지구촌은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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