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에세이] 제육과 수육, 그리고 편육
한자로 알아보는 세상 이야기 7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의 소울푸드 3가지 국밥, 돈까스, 제육"
남성분들이라면 국밥, 돈까스, 제육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인데요. 저의 경우는 적극 동의합니다. 음식을 워낙 좋아하지만, 음식을 선정하는 시간이 가끔은 곤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배는 고프지만 아무거나 먹기는 싫은 그 느낌이 선택을 미루게 합니다. 그때 고르는 음식군이 저 3가지입니다. 저는 그중에서 제육볶음/제육덮밥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육의 원말은 '저육'입니다. 저육(猪肉)이란 猪(돼지 저), 肉(고기 육)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돼지고기'입니다. 현대에서 '제육'이라고 하면 누구나 제육볶음, 제육덮밥을 떠올릴 겁니다. 돼지고기를 뜻하는 제육을 주로 볶음으로 먹거나 제육볶음을 밥이랑 먹는 덮밥을 생각하니 말이죠. 하지만 서울의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에서 '제육'을 보았습니다. 그 제육은 평소 제가 알던 새빨간 제육이 아니라 물에 빠진 고기였습니다. 이처럼 제육볶음과 제육은 다른 의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猪(돼지 저)가 활용된 단어는 많이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돼지'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는 豚(돼지 돈)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猪(돼지 저)가 들어간 단어는 애저(애-猪)가 있습니다. 어린 새끼 돼지를 뜻합니다.
김장철이 되면 가정집에서도 김치를 담그는 풍경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수육이죠. 갓 담근 김치와 함께 먹는 수육은 굉장히 맛있습니다.
수육의 원말은 '숙육'입니다. 숙육(熟肉)이란 熟(익을 숙), 肉(고기 육)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익힌 고기' 정도가 되겠네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수육의 정의는 '삶아 내어 물기를 뺀 고기'입니다. 요즘 SNS에서는 파와 양파, 각종 재료를 넣어 물 없이 만드는 수육도 인기인 듯합니다. 熟(익을 숙)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장이 완전히 이루어진 것을 성숙(成熟), 성숙의 한자를 거꾸로 하여 충분히 이루어짐을 뜻하는 숙성(熟成), 아직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을 미숙(未熟)이라고 합니다. 깊이 잠드는 것을 숙면(熟眠), 익숙하게 또는 충분히 아는 것을 숙지(熟知)라고 하죠. 이처럼 熟(익을 숙)이 들어가는 단어는 '익다, 무르익다' 정도의 의미를 갖습니다.
처음으로 편육을 마주한 곳을 떠올리려고 해도 이제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재래시장 또는 장례식장 두 곳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저는 새우젓과 함께 먹는 편육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편육(片肉)이란 片(조각 편), 肉(고기 육)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조각 모양의 고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얇게 저민 수육'이라고 하네요. 편육은 돼지 머리를 푹 삶아 틀에 넣고 누름돌을 올려놓습니다. 그렇게 정형된 돼지 머리 고기를 편육이라고 합니다. 片(조각 편)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서진 조각이라는 뜻의 파편(破片), 왕복이 아닌 오가는 길의 한쪽을 뜻하는 편도(片道),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라는 뜻의 일편단심(一片丹心)이 있습니다. 이처럼 片(조각 편)이 들어간 단어는 '조각, 한쪽' 정도의 뜻을 갖습니다.
肉(고기 육)이 활용되는 단어로 제육과 수육, 그리고 편육을 알아보았습니다. 어원을 알고 보니 단어들이 참 앙증맞게 느껴집니다. 또한 저육, 숙육과 같이 원래의 발음과는 조금 멀어진 단어도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발음하기 편한 대로 말하다 보니 저육에서 저육으로, 숙육에서 수육으로 변하지 않았을까요? 원말을 찾아가는 재미에 한자가 더해지니 한층 풍성해진 단어 풀이가 됩니다.
(참고 사이트: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 네이버 한자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