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에세이] 유식과 무식, 그리고 상식
한자로 알아보는 세상 이야기 8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상식 퀴즈가 종종 나옵니다. 다양한 문제가 나옵니다. 두 글자를 제시하고 나머지 두 글자를 맞춰야 하는 사자성어 문제, 각 나라의 수도를 맞히는 문제, 사회과학 분야의 설명을 듣고 개념어를 맞히는 문제, 유명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이름을 맞히는 문제 등.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재미있게 보기 했지만 어느새 저도 같이 문제를 맞히고 있습니다. 문제를 맞히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문제를 틀리면 아쉬워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식 퀴즈라고 불리는 '상식'의 기준은 무엇이며, '유식과 무식'은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가? 저만 궁금했었나요? :-)
유식(有識)이란 有(있을 유), 識(알 식)으로 이루어진 단어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지식/식견이 있음' 정도가 되겠습니다. 어떤 분야에 대해 많이 배우거나 보고 들은 경우가 많아 아는 게 많은 경우, 우리가 '유식하다'라고 표현합니다. 有(있을 유)가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을 공유(共有),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을 유명(有名), 가지고 있는 것을 소유(所有)라고 합니다. 이처럼 有(있을 유)가 포함된 단어는 모두 '있다, 가지다'와 비슷한 의미를 갖습니다.
보통 자신이나 대중이 모르거나 헷갈려하는 내용을 누군가 분명하게 알고 있다면, 우리는 '유식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저의 경우는 해외를 나간 경험도 없어서 나라의 수도 맞추는 문제를 어려워합니다. 저의 입장에서 나라의 수도를 척척 대답하는 사람을 보면 참 유식하고 대단하게 느낍니다. 스스로 무식하다고 느낀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나라 수도 상식 퀴즈>를 검색해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식(無識)이란 無(없을 무), 識(알 식)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지식/식견이 없음'이 되겠네요. 유식과 반대로 어느 분야에서 배우거나 보고 들은 게 없어 아는 게 없는 경우, 우리가 '무식하다'라고 합니다. 無(없을 무)가 활용된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도가 없는 것을 무한(無限), 어려운 것이 없는 경우를 무난(無難), 값이 없는 것 흔히 공짜를 무료(無料)라고 합니다. 이처럼 無(없을 무)가 들어간 단어는 모두 '없다'와 비슷한 의미를 갖네요.
저는 스스로 유식(有識)하고 싶은 무식(無識)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 있는 분야만 조금 공부해서 간신히 밥벌이는 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참 무식합니다. 특히 사회과학 주제의 이야기, 음악과 미술 분야는 정말 모르죠. 그럼에도 담벼락을 마주한 것과 같이 견문이 좁아 보이고 싶지 않아 여러 분야에 작은 관심의 씨앗을 뿌려둡니다. 사회과학이나 음악과 미술 분야에 아는 것이 없다면 저는 무식한 사람일까요? 유식한 사람은 아니지만, 무식한 사람은 되기 싫기에 상식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상식(常識)이란 常(항상 상), 識(알 식)으로 구성된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보통의 지식/식견' 정도가 되겠습니다. 常(항상 상)이 들어간 단어는 꽤 많습니다. 날마다의 모습은 일상(日常), 뜻밖의 긴급한 사태를 일러 비상(非常), 보통과는 다른 것을 이상(異常), 예사롭다는 의미의 심상(尋常)은 '심상치 않다'라는 관용구로 많이 쓰입니다. 常(항상 상)이 활용된 한자는 '항상, 보통' 등의 의미를 나타냅니다.
상식에 따라 유식과 무식이 결정된다면, 상식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결론적으로 상식의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계란프라이를 부칠 때 자연스럽게 팬에 기름을 두릅니다. 계란이 눌어붙지 않기 위한 상식이죠. 하지만 어린아이가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았다고 해서 어린아이에게 무식하다고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성분들은 앞머리를 만들기 위해서 앞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합니다.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소리인가 했습니다. 앞머리를 내리고 싶은데 왜 앞머리를 자른다는 거지? 여성분들에게는 상식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남성분들에게는 다소 의아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상식의 기준이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나이, 성별, 지역, 성장 배경, 문화, 경험 등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가 거미줄처럼 엮여 상식이 만들어집니다. 어쩌면 상식의 잣대는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과학자가 E=mc²의 공식을 모른다면... 상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죠. 학문적, 전문적인 분야를 제외하고서 상식은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사람마다 상식이 충분한 분야가 있고, 상식이 부족한 분야가 있습니다. 단편적인 상황과 모습만 보고 유식과 무식을 판단한다면, 그 낙인은 자신에게 똑같이 가해질 겁니다. 우리가 어찌 모든 분야에 능통하겠습니까. 잘 아는 분야가 있다면 모르는 분야도 있을 겁니다. 낯설고 잘 모르는 상황에 처한다면 누구나 무식한 사람이 되지 않겠습니까.
(참고 사이트: 우리말샘,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한자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