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에세이] 정맥과 동맥, 그리고 진맥
한자로 알아보는 세상 이야기 10
얼마 전 오른 검지손가락 두 번째 마디에 결절종(물혹)이 생겨 정형외과에 방문했습니다. 결절종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다음 두 가지에서 선택하라고 하셨습니다.
첫째는 손가락 마디를 개방하여 결절종을 제거한다. 둘째는 더 커지거나 아플 때까지는 그냥 지낸다. 고민을 했습니다. 물혹이 생긴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그러더니 피부 안에 파란색들이 보이더라고요. 정맥이었습니다.
정맥(靜脈)이란 靜(고요할 정), 脈(맥 맥)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고요한/정적인 맥' 정도가 되겠네요. 靜(고요할 정)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압하여 고요하게 만드는 것을 진정(鎭靜), 고요하고 쓸쓸한 느낌의 정적(靜寂),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를 안정(安靜)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靜(고요할 정)이 포함된 단어는 모두 '고요하다'의 의미를 갖습니다.
동맹(動脈)이란 動(움직일 동), 脈(맥 맥)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움직이는/동적인 맥' 정도가 되겠네요. 動(움직일 동)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자동(自動), 물결처럼 움직이는 것을 파동(波動), 흔들려 움직이는 것을 진동(振動)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動(움직일 동)이 들어간 단어는 모두 '움직이다'의 의미를 갖습니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정맥은 파랗고, 동맥은 빨간 이유에 대해 처음 들었습니다. 혈액 속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하면 붉은색을 가지게 됩니다.
심장에서 출발한 활동적인 맥, 동맥은 산소를 머금고 있기에 붉은색을 보입니다. 산소 운반이 끝난 고요한 맥, 정맥은 검붉은 색이지만 피부색과 겹치면서 파랗게 보인다고 합니다. (출처:KISTI의 과학향기 https://naver.me/x7nvE7ER)
진맥(診脈)이란 診(볼/진찰할 진), 脈(맥 맥)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맥을 보다, 맥을 진찰하다' 정도가 되겠네요.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엄지손가락에 가까운 손목에 두 손가락을 대보면 맥을 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사극 드라마에서는 어의가 왕후 손목에 단 실로 진맥을 하더라고요. 직간접적으로 진맥을 경험한 순간이었습니다.
診(볼/진찰할 진)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찰과 치료를 합친 진료(診療),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여 증상이나 병을 판단하는 진단(診斷), 확실하게 진단하는 것을 확진(確診)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診(볼/진찰할 진)은 모두 '진찰하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피다' 정도의 의미를 갖습니다.
결론적으로 결절종 수술은 하지 않았습니다. 더 커지거나 아프면 그때 하려고요. 몸에 이상 신호가 오면 참 두렵습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주기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바른 자세 등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시위하기 시작합니다.
건강은 특별하게 관리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부터, 일상적인 것에서 출발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
(참고 사이트: 우리말샘,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한자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