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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샤 Aug 15. 2024

[한자 에세이] 양지와 음지, 그리고 경계

한자로 알아보는 세상 이야기 15 

이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집을 옮길 때 주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볕입니다. 해가 잘 드는지, 안 드는지에 따라 집의 인상이 달라집니다. 해가 잘 드는 곳을 양지, 해가 잘 들지 않아 그늘진 곳을 음지라고 합니다.


양지(陽地)란, 陽(볕 양), 地(땅 지)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볕이 드는 땅'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볕이 드는 곳'라는 의미와 함께 하나의 의미가 더 있습니다. '혜택을 받는 입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볕이 혜택과 유사한 의미로 풀이됩니다. 陽(볕 양)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녁때의 햇볕은 석양(夕陽), 양의 성질을 의미하는 양성(陽性), 햇볕을 가리는 것을 차양(遮陽)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陽(볕 양)은 '햇볕'의 의미입니다.


양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창문을 통해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풍경이 떠오릅니다. 보기만 해도 빨래가 잘 마를 것 같습니다. 양지와 다르게 음지는 햇볕이 잘 들지 않습니다. 해가 들지 않기에 다소 집이 다소 눅눅하게 느껴집니다. 눅눅한 집에서 반년을 살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곰팡이에 학을 떼게 되었습니다.




음지(陰地)란 陰(그늘 음), 地(땅 지)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그늘진 땅'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볕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 이외에 다른 뜻이 있습니다. '혜택을 입지 못하는 처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볕이 혜택과 비슷한 의미라면, 그 혜택이 들어오지 않는 곳입니다. 陰(그늘 음)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푸른 나뭇잎의 그늘을 일러 녹음(綠陰)이라고 하고, 음의 성질을 의미하는 음성(陰性), 남 모르게 일을 꾸미는 것을 음모(陰謀)가 있습니다. 이처럼 陰(그늘 음)은 '그늘'의 의미입니다. 


양지와 음지는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해가 드는 곳은 환한 반면, 해가 들지 않으면 어두컴컴하기 때문이죠. 그 경계는 명확합니다. 햇볕을 가로막는 장애물 유무에 따라 양지와 음지가 구분되죠. 양지와 음지의 경계는 너무나 확고해서 감히 허물 수 없는 듯합니다.




경계(境界)란 境(지경 경), 界(경계할 계)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기 위해서는 지경(地境)의 의미부터 명확히 알아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지경이란 '땅을 가르는 경계'입니다. 지경, 경계 모두 일정 기준에 따라 구분 짓는 것을 의미합니다. 양지와 음지를 정확하게 가르는 것처럼요. 界(경계할 계)가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과 비슷하게 지구의 모든 나라를 말하는 세계(世界), 일정 범위를 제한하는 범위를 한계(限界), 흔히 지구 바깥의 세계를 말하는 외계(外界)가 있습니다. 경계(境界)는 이곳과 저곳을 가르는 한계선을 의미합니다.


양지와 음지는 어느 기준으로 구분되어 경계가 만들어집니다. 해의 이동에 따라 양지와 음지가 바뀌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부르는 음지는 어둡기에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약과 같은 약물이 음지를 통해서 유통되기도 하죠.




우리 주변에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분들이 있습니다. 깨끗한 마을을 위해 인도와 차도를 청소해 주시는 분, 가로등이나 신호등이 망가졌을 때 수리하시는 분, 전기와 물을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전선망과 수도를 정비하시는 분들을 포함해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의 생활에 불편함이 줄어듭니다. 얼마나 감사한 분들입니까. 


음지에 있는 직업이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우리 눈에 띄지 않는다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광복절입니다.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생활합니다. 


양지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 있는가 하면, 음지에서도 독립운동이 펼쳐졌습니다. 양지가 우리 눈에 잘 띄기에 이름을 기억할 뿐입니다. 반면 우리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아무개 독립 운동가도 있었을 겁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음지를 들여야 볼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양지와 음지를 구분 짓는 경계를 허무는 것은 우리의 관심입니다.



(참고 사이트: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한자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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