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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샤 Aug 18. 2024

[한자 에세이]  돌아보는 추억, 되씹는 반추

한자로 알아보는 세상 이야기 17

특정 장소, 음식, 냄새를 맡았을 때 떠오르는 추억이 있으시나요? 


누구나 공감하실 만한 장소는 아마 학교일 겁니다. 다녔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닐다 보면 아이들과 함께 등하교했던 교문, 쉬는 시간 10분이라도 놀고 싶어서 공을 가지고 나왔던 운동장,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먹던 급식실, 1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같이 생활한 교실, 들어가기 겁났던 교무실까지. 졸업한 학교를 들를 때마다 여러 사건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추억이라는 그림 빈칸이 채워집니다.


추억(追憶)이란 追(쫓을/따를 추), 憶(생각할 억)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풀이하자면 '지나간 일을 따라 생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좋은 추억과 안 좋은 추억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가치중립적인 단어지만, 저에게는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追(쫓을/따를 추)가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뒤따라서 좇는 것을 추종(追從),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을 추적(追跡),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하는 것을 추모(追慕)라고 합니다. 이처럼 追(쫓을/따를 추)가 쓰이는 단어는 모두 '따르다, 쫓다'의 의미를 갖습니다.




추억은 과거를 떠오르게 할 수 있는 매개가 있습니다. 저처럼 학교라는 특정 장소가 될 수 있고, 특정 음식, 특정 냄새, 특정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추억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매개가 필요하지만, 추억과 생각 자체가 매개가 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반추입니다.


반추(反芻)란 反(돌이킬 반), 芻(꼴 추)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芻(꼴 추)의 '꼴'이란, 소나 말에게 먹이는 여물을 의미합니다. 반추란 원래 소화하기 힘든 풀을 먹는 동물들의 행동을 의미했습니다. 한 번 삼킨 먹이를 게워서 다시 씹는 것이죠. 이미 삼킨 것을 다시 꺼내서 씹는 동물의 모습을 보고 다른 의미가 생긴 것 같습니다. 바로 '어떤 일을 되풀이하며 생각함'이죠. 


소는 먹이를 되새김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일을 되새김합니다. 모두 반추(反芻)라고 하죠. 反(돌이킬 반)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돌이켜 보는 것을 반성(反省), 서로 맞서는 것을 반대(反對), 반대로 쏘는 것을 반사(反射)라고 합니다. 이처럼 反(돌이킬 반)이 쓰이는 단어는 '돌이켜, 반대로'의 의미를 갖습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반추의 시간입니다. 반성의 시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일련의 상황을 복기하며 내 실수를 찾습니다. 실수에 대해 다소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는 저는 가끔은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이때 이 단어 말고 다른 단어를 쓸 걸', '농담인데 상처받았으면 어떻게 하지' 등을 반추하니 어느새 집에 도착합니다. 


저에게 반추는 괴로운 시간이지만 추후에 발생할 실수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추하는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네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언제 반추의 시간이 줄어들어 인생의 노하우가 쌓일까요?



(참고 사이트: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한자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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