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에세이] 앞으로의 진로, 달래주는 진로
한자로 알아보는 세상 이야기 19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놀고 시험기간에는 공부하며 보냅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많은 아이가 진로 고민을 합니다. 특성화 고등학교, 예체능 고등학교, 인문계 고등학교 중 어디로 갈 것인지 따져봅니다.
본인의 앞 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많이 컸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생의 무게를 조금씩 짊어지고 책임감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일까요. 깊은 고민 후 내리는 결정에 대해 그저 지지해 줍니다.
진로(進路) 進(나아갈 진), 路(길 로)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나아가는 길'입니다. 어디로 나아갈지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과정이 성숙의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길로, 저마다의 속도로 나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進(나아갈 진)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밀고 나아가는 것을 추진(推進), 재촉하여 빨리 나아가게 하는 것을 촉진(促進), 나아가고 물러남을 진퇴(進退)라고 합니다. 이처럼 進(나아갈 진)이 포함된 한자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의미합니다.
진로(進路)와 동음이의어 진로 회사를 아시나요? 맞습니다. 서민의 애환을 함께하는 소주를 만든 하이트진로라는 회사입니다. 하이트진로에서 만드는 소주는 참이슬, 롯데칠성음료에서 만드는 소주는 처음처럼이라고 하죠.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도 꽤 있습니다. 그 지역을 여행 갈 때 종종 마시면 기분이 한껏 좋아집니다.
진로 하이트의 진로는 진로(眞露)입니다. 眞(참 진), 露(이슬 로)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참 이슬'입니다. 한자의 음으로 회사명을 짓고, 한자의 뜻으로 상표명을 지은 걸 알 수 있습니다. 한자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절묘한 이름 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로이즈백 병을 볼 때마다 감탄합니다.
眞(참 진)이 활용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짓 없는 사실을 진실(眞實), 물체를 모양 그대로 베낀 듯이 나타내서 사진(寫眞), 참과 거짓을 진위(眞僞)라고 합니다. 眞(참 진)이 쓰이는 단어는 '참, 진짜'를 의미합니다. 진짜의 진 또한 眞(참 진)입니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는 사람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누구나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설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높은 파도를 만날 수도, 거친 바람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다 보면 찬란한 여명과 황혼을 만날 수 있겠죠? 삶은 결국 존버입니다.
살다가 진로를 찾지 못해 방황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길로 나아갔지만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죠. 그럼 다시 가면 됩니다. 좌절할 수 있지만, 훌훌 털고 일어나서 뚜벅뚜벅 걸어가면 되죠. 술 한 잔으로 잠깐 짐을 덜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참고 사이트: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한자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