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3 여행
DAY 3 여행_나의 시야를 더 넓게 만든 여행에 대해 써보세요.
학교는 물론이고 모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시기, 일상이 멈추고 우리들의 상식이 재정립되던 시기에 답답함이 가슴을 뚫고 나오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발견한 템플스테이에 뭐라도 홀린 듯이 바로 예약했습니다. 살고 있는 곳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걸어서 2시간 정도 걸린 곳이었습니다. 지도로 거리만 한 번 확인하고 바로 예약했습니다.
2020년 11월 19일 금요일
내일 떠날 짐을 챙겼습니다. 수건과 물통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사용한 수건이 마를 수 있게 옷걸이도 챙겼습니다. 채식으로 된 식단에 주린 배를 달래지 못할까 봐 에너지바도 가방에 넣습니다. 운치 있는 한옥에서 읽을 책도 골랐습니다. 임용 시험을 준비하던 시기였기에 혹시 몰라 노트와 펜도 같이 넣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장우산은 번거로우니 3단 우산으로 가방 옆 주머니에 꽂았습니다.
2020년 11월 20일 토요일
10:30
집을 나섰습니다. 자연의 냄새를 맡지 못하게 방해하는 마스크를 잠시 접어둘 수 있기에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같은 해에 40km를 걸어 도보 여행을 가봤던 10시간의 경험 덕분에 2시간 도보는 쉬운 결정이었습니다. 포장도로에서 비포장도로로 넘어가는 모호한 경계에서 자유로움과 재미를 느꼈습니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지는 정류장을 만날 때마다 세속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간식을 먹으면서, 혼자 노래를 부르면서, 주변 경관을 사진으로 남기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습니다.
13:30
생활 한복으로 갈아입고 모두 모였습니다. 10명 내외로 혼자 온 사람은 저뿐이었습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스님의 일정 안내를 들었습니다. 공양 시간은 언제고, 새벽 예불은 언제고, 퇴실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하시고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여기 왜 오셨습니까?"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에게 질문을 받은 탓인지 모두가 침묵했습니다. 스님은 한 명씩 지목해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다양한 답변이 들렸습니다.
"요즘 많이 힘들어서 재충전하려고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서요."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종교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분위기가 후끈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새벽 예불에 참석할 마음이 없었는데 대화를 마치니 참석한 모두가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예불을 가자고 약속했습니다.
17:45
같이 오신 분들끼리 짝지어 저녁 공양을 드리러 갔습니다. 아직 혼밥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별 수 있겠나요. 혼자 꿋꿋하게 저녁 공양을 드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유독 해가 빨리 떨어지는 듯했습니다. 비도 차츰 내리더니 처마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혼자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때의 분위기는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당시는 대학교 3학년으로 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수험 생활과 코로나라는 환경으로 인해 억제와 제한이 쌓여가던 시기입니다. 반복되는 하루는 고개를 숙이고 걷는 것과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묵묵히 계획한 일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일상에서 템플스테이는 쉬어감을 알려주었습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부담을 줄여줄 수 있었습니다. 소음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20년 11월 21일 일요일
03:10
새벽 예불을 가기 위해 일어나 간단히 씻었습니다. 같이 예불을 드리겠다던 분들도 일어나 나설 준비를 합니다. 어제부터 내린 빗줄기는 다소 약해졌습니다.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대웅전에 도착했습니다. 우산을 한쪽에 정리하고 불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많은 스님들께서는 이미 와 계셨고, 예불을 드리기 위해 오신 분들도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건네받은 책자를 조심스럽게 펼쳐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조용히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와 함께 일어나 기도를 하고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예불을 마치고 불당을 나서니 안개와 함께 보이는 새벽 여명이 아침을 알렸습니다.
07:30
아침 공양을 마치고 옷을 반납한 뒤 혼자 절을 나섰습니다. 퇴소 일정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오후에 아르바이트가 있기에 집에서 잠을 충분히 자고 싶었습니다. 집에 도착해 어제와 오늘의 일정을 적어놓은 노트를 꺼내 마무리 소감을 적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와 일정을 조율하는 데에서 오는 피곤함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템플스테이가 제 첫 단독 여행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여행이냐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주제 '여행'이라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파노라마처럼 그때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 여행은 단연코 혼자 걸어서 다녀온 템플스테이었습니다. 혼자 떠나는 즐거움을 알려주었고, 번잡한 마음을 꺼내 탈탈 털어 다시 넣어줄 수 있었습니다.
넓은 시야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템플스테이 여행은 사색의 의미를 알려주었고, 삶의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생각을 심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