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진짜 좋아져요?

<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4 달리기

by 민샤

DAY 4 달리기_달리기가 나에게 준 영향에 대해 써보세요.


"새벽에 움직이지 말고, 평소에 뛰지도 마."

아버지께서 저에게 신신당부하던 말씀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천식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유치원 때 큰 병원에 자주 갔기에 아직까지도 특유의 병원 냄새를 좋아합니다. 가벼운 시큰한 냄새, 녹색 경사로, 사람들마다 끌고 다니는 수액걸이.


아버지의 말씀과 쌔액쌔액 거리는 저의 목구멍 때문에 자다 일어난 직후에는 천천히 숨을 쉴 수 있는 활동만 했고, 학교 체육 시간에도 '천식'이라는 이름으로 열외를 했습니다. 운동장에 나갈 때마다 주변을 걷거나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으며 군대에 가서도 심하지 않지만 천식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스스로 천식이 다 나았다고 생각했지만 이상 증상이 나타난 건 새벽 구보할 때였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에 웃통을 벗고 뛰다 보니 어렸을 때 들렸던 숨소리가 다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지역 병원에 방문해 '벤토린 에보할러'라는 기관지 확장제를 처방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운동과 멀어졌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웨이트는 했지만 달리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달리기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죠. 그러다 작년 친구의 소개로 런데이라는 앱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어렸을 때 힘껏 달리지 못했던 제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도 한몫했습니다. '30분 달리기 목표'를 세우고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분 달리고 2분을 쉬라고 하더군요. 속으로 '이거 장난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너무나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분, 5분, 10분씩 달리는 시간이 늘어나 어느새 쉬지 않고 30분을 달리는 날이 왔습니다.


20분, 25분을 쉬지 않고 달렸기에 30분도 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얼른 뛰고서 뿌듯함을 맛봐야지 하는 마음이 가시기도 전에 저 깊은 곳에서 '천식으로 인한 구보 열외'라는 문장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작은 목표부터 달성하며 30분 달리기는 앞두고 있는 저에게 천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참 야속하더군요. 제 속에서 올라온 마음이지만 참 미웠습니다. 성공의 발목을 잡는 듯 느껴졌습니다.


'달리기 실패해도 천식 핑계 대면서 빠져나가지 뭐. 늘 그래왔잖아. 내가 뭔 달리기야.'


그렇게 불안한 30분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내 안의 소음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로 더 신나는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20분을 달렸을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귀찮다. 안 해도 사는 데 지장 없는데. 부정적인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제 모습 얼마나 멋질까요. 그런 생각으로 꾸역꾸역 달렸고 30분을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1분 달리기부터 시작한 성공 경험이 쌓여 제 한계를 넘어선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뭐든지 스스로 한계 짓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약간의 도전 의식이 생겼다랄까요. 그렇게 러닝을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10km를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동안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약간 허전합니다. 천식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높이 뛸 수 있는 벼룩이 의도된 외부 한계로 인해 점프 높이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제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달리기는 저에게 한계선을 조금 넘어갈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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