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5 책
DAY 5 책_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책에 대해 써보세요.
초등학생 때부터 도서관에 가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고 모범생은 아니었다.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 또는 메이플 스토리 만화책이 주를 이뤘다. 고등학생 때는 근처 도서관에서 김진명 작가의 『나비야 청산가자』소설을 읽었다. 『천년의 금서』,『최후의 경전』과 같이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소설을 좋아했다. 앉은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은 경험을 처음 했다. 책과 가까이 있기를 좋아했지만 무엇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열심히 하지도 않았던 공부에 나름 스트레스는 받았는지 나에게 쉼을 주고자 책을 빌려왔다. 노희경 작가의『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들고 책상에 앉았다. 읽다가 책을 덮어 눈물을 닦고, 다시 읽다가 멈추고. 그렇게 반복해서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여운이 가시지 않아 표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읽는 사람에게 각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한없이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우리네 어머니를 겹쳐 본다. 시어머니의 발을 닦아주는 모습, 아내가 투병 중인 것도 모르면서 구박하는 남편, 자식들에게 무시받는 엄마. 가족들과 이별 인사를 하고 여생을 남편과 별장에서 보내는 한 여인. 여러 장면이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나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첫째는 나에게 감정은 꽤 중요하구나라는 깨달음, 둘째는 나에게 어머니란 누굴까라는 질문이다.
#나에게 감정은 중요해
MBTI가 유행하기 전 나는 감성적인 면이 두드러진다는 것을 알았다. 혼자 새벽에 나가 골목길을 배회하며 단상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거나 황혼을 바라보며 나의 노년을 그려보기도 했다. 무언가를 보고 듣고 만지면서 느낀 점을 꽤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런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글이나 사진으로 붙잡아 두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고도 다음 날 친구들에게 가서 책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어느 대목에서 슬펐다는 걸 외쳤다. 수요 없는 공급이었다. 남자만 우글우글한 고등학교였기에 나와 비슷한 감정선의 친구를 만나기 힘들었다.
성인이 돼서 내가 감정을 잘 느끼지만 표현이 서툴다는 것을 알았다. 고맙다고 말하기보단 짧게 "감사"라고 허공에 외치고 도망갔다. 데면데면 대하는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오글거리더라도 나의 감정을 인식하고 올바르게 표현하는 연습을 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먼저 솔직한 감정을 전달했고,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도 나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표현했을 때 후련함이 느껴졌다. 내가 나의 감정을 건강하게 잘 드러냈구나.
#나에게 엄마란?
'엄마'라는 대상을 접하면 늘 고민이자 헷갈리는 게 있다. 엄마가 주는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내가 다치면 걱정해 주고 약을 발라주는 게 사랑일까?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기억해서 나를 위해 만들어 주는 게 사랑일까? 다정하게 챙겨주고 신경 써 주는 게 사랑일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엄마처럼 희생하는 게 사랑일까?
스스로 느끼건대 나의 애착은 불안정하다.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경험이 크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와 사랑의 관계 맺음을 이어가는 게 어렵다. 이 책을 읽었을 때 눈물이 났던 이유는 순수한 엄마의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의심 없이 순수한 엄마의 사랑.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적 사랑. 내가 그런 사랑을 받았나? 지금의 엄마가 나에게 그런 사랑을 주었다 할지라도 나는 느끼지 못했다.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 이런 말을 하는 걸 수도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덩어리는 엄마와의 관계다. 엄마란 누구인가. 엄마와 나의 관계는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