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_2
아이들은 매년 어떤 친구와 같은 반이 될지, 어떤 담임 선생님을 만날지 걱정한다.
아이들만 떨리겠는가.
어떤 아이들과 1년을 함께할지 마음을 졸이는 건 교사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매년 새로운 만남이 이뤄지고 관계가 맺어진다. 좋은 관계 맺기를 소망하며 3월을 시작한다.
순탄하게 관계를 맺는 것 같다가, 학생과 갈등이 생겨 관계가 악화되는 건 한 순간이다. 어느 때나 한결같이 공평하고 따스한 태도를 보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 물론 늘 긍정적이고 따스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30명이 넘는 한 학급에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며 그때만의 상황이 있다. 다양하고 변동 가능성이 잦은 30명의 사람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딱 알맞은 행동을 하는 건 나로서 다소 버겁다.
하지만 어른인 교사로서, (꼰대 같지만) 인생을 조금이라도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학생과 건강한 관계 맺기를 해야 한다. 이것 또한 교육의 한 종류이며, 정의적 영역 발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성장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건강하게 해결하는 법, 상대방의 실수를 용서해 주는 법, 상대방과 진실된 관계를 맺는 것 모두 연습해야 한다. 그걸 학교에서 미리 해보는 것이다.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 관계에서 말이다.
#첫 번째,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교사라고 늘 완벽하지 않다. 종종 크고 작은 실수를 하며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다. 나는 가끔 말실수를 한다. 때는 지필 평가를 앞둔 상황이었다. 기초적인 한자를 지목해서 뜻과 음을 물었다. 우리 반 현승의 차례가 되었다. 평소 과묵한 모습이며 질문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 고개를 숙여 귀를 기울여야 하는 학생이다. 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창피할까 봐 내 기준으로 쉬운 한자를 제시했다. 그럼에도 현승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결국 말실수를 저질렀다.
"아니! 이것도 모르면 어떡해!"
내뱉고 아차 싶었다. 진짜 모를 수도 있거나 학급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에 부담을 느껴 생각이 안 났을 수도 있다. 그런 배경적 요소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서 호통을 친 것이다. 바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선생님이 방금 현승이에게 이 한자를 물어봤는데 대답을 못했어. 그래서 선생님이 '이것도 모르면 어떡해!'라고 말해버렸네. 이 말을 들은 현승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할게. 그리고 이 말을 들은 모두 미안합니다."
흑. 내가 학생 입장이었다면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알려줘야 하는 선생님이 모른다고 호통을 치다니! 나 서운해! 모를 수도 있잖아! 긴장돼서 생각이 안 났을 수도 있잖아! 이렇게 실수하며 성장하는 부족한 교사입니다. 너그러운 우리 반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두 번째, 밝은 인사 건네기
학생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서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그 후 가장 난감한 상황은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그 학생을 마주했을 때다. 처음에는 최선을 다해 시선을 피했다. 그 친구가 나를 보고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 때문에 강제적으로 인사해야 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싫었고, 나 또한 반갑게 인사를 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하지 않는 관계가 되었다.
어느 순간 이게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교사로서의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 껄끄러운 관계의 학생과 마주했을 때 일부로 더 밝게 인사를 건넸다. 이름까지 친절히 불러주었다.
"소망아 안녕~" "지우야~ 잘 지냈어? 반갑네~"
처음에는 학생이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줬다. 그런 밝은 인사가 반복되다 보니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 관계로 회복했다. 물론 끝까지 다소 떨떠름하게 인사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러고 싶은 학생의 마음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나갔다.
나와의 관계가 불쾌한 학생이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걸 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모두가 유쾌한 마음으로 관계를 맺을 수는 없다. 반면,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학생을 위해 밝은 인사를 건넨다. 복잡한 관계는 의외로 단순한 계기로 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이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에 신뢰, 존중, 배려 등의 가치가 포함된다. 이는 교사와 학생 관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꼭 필요한 가치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삶의 다양한 가치를 느끼고 경험하며 실천하길 바란다. 서로 믿어주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 잘못했을 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그런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 누군가를 만나든 밝은 인사를 건네는 것 등 어른인 나로서도 배워야 할 것투성이다. 나도 학교에서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연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