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샤 Oct 20. 2024

애증의 도시, 인천

 <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16 도시

DAY 16 도시_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에 대해 써보세요.


감정과 관련된 한자를 가지고 수업했다.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들을 언급하며 기쁨, 화남,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등을 같이 정리하며 알아갔다. 


감정이 요동치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사랑을 알까? 미움을 알까? 그 둘이 오묘하게 섞여 애정을 느끼면서 동시에 사무치게 미워하는, 애증을 알까? 아이들 표정을 보니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아니, 너희는 알 거야. 분명 알 거야. 느꼈던 그 감정에 아직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휴학하면서 1년 동안 일할 때를 제외하고 20살부터 지금까지 본가인 인천에 자주 가지 않았다. 심지어는 명절 때도 모이지 않고 가족들이 각자 보내는 날도 많아졌다. 형과 누나 그리고 나는 취업을 준비하고 자리를 잡아 가느라 참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정든 인천을 떠나 타지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래도 인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가족 모임을 위해 인천에 간다. 인천은 시장이 활발하다. 곳곳에 유명한 시장이 있으며 규모도 꽤 큰 편이다. 전철과 버스가 모세혈관처럼 인천 곳곳에 퍼져있어 교통이 굉장히 편리하다. 초중고등학교의 추억이 담긴 인천을 간다고 하면 설렘이 샘솟는다. 그때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겠지?


들쭉날쭉 도보블록과 깔끔하게 다져진 자전거 도로, 낮은 층의 허름한 동네와 휘황찬란한 고층 아파트. 정감 있는 비정형 도시에 성형 틀을 찍어 내려 일부 지역이 개조되었다. 요즘 내가 바라본 인천의 풍경이다. 참 많이 변했다. 인생의 청년과 노인이 동시에 느껴진다. 많이 나이가 들어 보이네.


낙후와 단장이 공존하는 인천, 익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느껴진다. 인천에 도착하면 발바닥은 정겹다고 느끼지만 눈동자는 생경하다고 말한다. 마음에 들지 않은 구석을 하나둘 제외하면 인천의 모습은 참 좋다.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느껴진다.


인천으로 가는 일은 대부분 부모님 때문이다. 누가 생신이라더라, 집에 뭐가 고장 났다더라, 어떤 게 필요하다더라, 우리 주려고 만들었는데 좀 가져가라더라. 음.


내가 좋아하는 인천, 어느샌가 텁텁한 느낌이 짙게 느껴진다.

가고 싶지만, 가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아. 만나고 싶지만, 얼른 헤어지고 싶어. 양가감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좋아하지만 미운 마음도 물씬.


인천이라서 그런 걸까?

감정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옮겨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좇고 있는 건 무엇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