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의 글쓰기 여정> DAY 29 도전
DAY 29 도전_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싶은 일에 대해 써보세요.
어렸을 때는 뭐든지 처음이라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점차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고 새롭게 시도할 여유가 한정되어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자연스럽게 도전도 줄어든다. 음식도 아는 맛으로, 길도 아는 길로, 사람도 비슷한 결의 사람으로. 그렇게 도전의 폭이 줄어들어 점차 보수적으로 변한다.
관성에 따라 움직이는 어쩔 수 없는 본성이지 않을까? 새로운 도전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이미 경험한 분야는 익숙하다. 그렇기에 평소보다 에너지를 조금만 기울여도 괜찮다. 자신의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성이 새로운 도전보다 익숙한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싶은 일, 본성을 역행하는 일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처하는 수밖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쓰기 모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글을 공개한다는 것, 내 글을 심판대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꼈다. 도마 위를 펄쩍펄쩍 뛰어올라 도망가는 생선처럼 평가 대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를 평가하지 말아줘요.
근데 이번에는 주제에 따라 글을 쓰고 상호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오 마이 갓. 드디어 생선 비늘이 벗겨지고 숨통이 끊어질 일만 남았다. 이곳저곳 칼을 들이밀어 뼈와 살을 분리하겠지. 그리고 한 점 크기로 먹기 좋게 썰어버리겠지. 으악. 그렇게 글을 쓰고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고 했던가 귀중한 피드백은 나의 글을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이어갔던 이유는 다양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쓰고 싶으니깐'.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오면 매해 울컥울컥 올라오는 도전이 있다. 국토대장정이다. 대학생 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걸어서 여행을 가보고 싶었다. 하루 40km를 걸었다. 한적한 산길이 나오기도 하고 차만 다니는 위험한 길도 나오기도 했다. 마을을 발견하면 밥집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나섰다. 출출하면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 흥얼거리며 계속 걸었다.
숙소에 도착해 간단히 씻고 절뚝거리며 도착한 중화요리집에서 짬뽕과 탕수육, 맥주를 시켰다. 나홀로 앉아서 얼큰한 짬뽕 국물 한 입에 맥주를 마시고, 달달한 탕수육을 한 입 베어물며 맥주를 마시고를 반복했다. 적어도 그 곳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다시 떠나고 싶다. 가끔 지도를 살피면서 거리를 재본다. 음, 걸어서 갔다가 버스타고 돌아오면 되겠는데? 그렇게 결심만 하고 아직 도전하지 않았다. 도보 여행을 다녀오면 다리가 아프다.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보 여행, 국토대장정을 하고 싶은 이유는 글쓰기와 마찬가지다. '하고 싶으니깐'
뭐든 명확히 규명해야 속이 시원한 사람에게는 미안하다. 가끔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허허. 모든 마음을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없다. 주역에 書不盡言 言不盡意이라 했던가. 글은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말은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