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꾸준함으로 맺은 열매

저경력 교사의 교육철학 세우기

by 민샤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4. "최근 나를 변화시킨 경험은 무엇인가요?"


#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게 있어(1)


작년까지는 <3분 자기소개>로 학생들의 발표력 향상과 관계 형성을 위해 조회시간을 할애했다. PPT를 준비해도 좋고 퀴즈를 준비해도 좋다. 영상을 제작하여 소개한 학생도 있었다. 처음 일주일 간 학생들이 준비해서 소개 시간을 가지니 순번을 기다리던 아이들도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하고 방법을 고안해 자기를 발표한다.


올해부터는 학생들이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고 꾸준함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모닝페이지>를 함께 쓰고 있다. 요일별로 글쓰기 주제가 있다. 월요일은 이번 주 계획을 세우고, 화요일은 주제별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창의적인 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한다. 수요일은 시의 구절이나 노래를 감상하는 수요시식회, 목요일은 다섯 가지 감사한 일을 적는 오감사, 금요일은 이번 주의 활동을 반성하는 시간이다.


3월에 아이들에게 공표했다.


"선생님이 올해 너희들과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기대하는 듯해 보이는 아이들의 눈빛이 사그라드는 건 한순간이었다.


"아침부터 글을 쓰는 거야!"




<모닝페이지>를 쓴 지 한 학기가 지났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학교생활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좋았다, 일주일 동안의 흐름을 알고 계획을 세워서 효과적이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2학기에는 다른 활동도 접목하여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게 있어(2)


매월 아이들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 3월에는 2월과 3월 생일자를 함께, 그 후로는 매월 날짜를 정해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주고 사진을 찍는다. 여유가 되면 작은 과자를 준비해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사진을 정성스럽게 찍어서 매월 생일인 학생들의 모습을 담아 학급 발간지를 만든다. 처음에는 개인별로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머리띠를 하고 생일 축하 안경을 쓰고 혼자 사진을 찍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불만이 나왔다. 그래서 단체사진으로 변경해 매월 최소 한 번 이상 모두가 모여 추억을 남긴다.





나는 학급 발간지를 준비해 학급의 소식과 함께 아이들의 사진을 게시한다. 종이를 들고 반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탄성이 들려온다. 아마도 사진 속에 자신의 모습이 못나게 나왔을까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일 것이다.



어느 날은 사진에 구멍이 나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다른 친구의 사진을 훼손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구멍이 나서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 사진의 당사자를 찾아가 물어봤다. 다행히도 본인이 그랬다고 했다. 사진 속의 모습이 마음이 들지 않아서 조금 찢다가 그렇게 된 거라고 했다.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생님께 따로 와서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반의 생일 축하 문화를 함께 이어가자고 덧붙였다. 매달 마지막이 되면 어떤 사진이 걸렸을지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다


올해도 여름방학이 되면 SW·AI 캠프를 진행한 지 2년 차가 되었다. 정보부장 주관으로 운영되는 캠프로 관련 사업은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나와 친한 선생님 두 분이서 TF로 행사를 돕는다. 다년간 봐왔던 외부 강사님도 계시고 코딩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도 매해 참가한다. 다른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생들을 초정하기도 한다.



학생부 주관으로 리더십 캠프와 편하데이를 운영한다. 마찬가지로 작년에 이어 올해 2년 차가 되었다. 학생자치회와 각 학급의 학급자치회장과 부회장이 학교에서 1박 2일 캠프에 참여한다. 숙박을 하기에 준비할 사항들이 많다. 여러 선생님의 협조가 없으면 운영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체육 활동을 지원해 주시기도 하고, 음식을 함께 준비해 주시기도 한다. 텐트 설치와 철거, 학생 대상 연수 프로그램도 고안해 여러 선생님이 나서서 도와주신다. 학생부 선생님의 리더십이 더욱 돋보이는 행사였다.



'편하데이'는 사복데이의 별칭이다. 몇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활동으로 알고 있다. 의복 제한이 없이 자유로운 복장으로 등교하는 날이다. 매주 마지막 주 금요일에 시행된다. 정기적인 날짜를 정해 아이들에게 알리니 편하데이의 날을 기억하고 개성 있는 옷을 입고 등교한다.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


최근 나의 머릿속에 '문화'라는 단어가 자리 잡고 있다. 학급의 문화, 학교의 문화. 가정이나 조직의 문화도 있을 수 있다. 내가 속한 곳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우리만의 소속감이 생기고 유대감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끈끈한 결속력으로 더 애틋해지기도 한다. 문화의 다른 말로는 전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 반의 전통, 우리 학교의 전통.



한 번 반짝 활동하고 그다음에는 귀찮아서 포기할 수 있다. <모닝페이지>를 3월만 쓰고 그만두었다면 우리 반의 아침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매월 생일을 축하해 주는 시간을 갖는 게 번거로워서 말로만 축하를 보냈다면 마찬가지로 흐지부지 끝났을 것이다. 학교의 행사도 마찬가지다. 열정과 책임감을 갖고 행사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추억거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듬해에는 활동을 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갔고, 연차가 쌓이면서 활동이 문화가 되고 전통이 되었다.



문화와 전통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관되고 꾸준한 태도로 이어가야 한다. 때로는 안락한 무위의 관성으로부터 버티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기반을 차곡차곡 다지면 그 이후로는 습관처럼 문화와 전통이 굴러간다. 처음에는 한 명이 무거운 공을 굴리는 형상이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한뜻으로 같은 곳을 힘을 쏟는다. 함께 어울려 만들어 가는 우리만의 문화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더 공고해지고 깊어진다. 나만의 자산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우리의 자산이 되고, 나만의 가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의 가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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