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에세이] 수혈과 헌혈, 그리고 심혈
한자로 알아보는 세상 이야기 2
피를 뽑아 먹는 암컷 모기는 간혹 우리의 귓가를 맴돌며 수면을 방해합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불을 켜 모기를 잡습니다.
'찰싹-'
손바닥에 놓인 모기의 사체를 두 눈으로 확인해야만 다시 잠에 들 수 있습니다. 모기는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수혈을 시도합니다. 우리는 부지부식 간 모기에게 수혈을 당합니다.
수혈(輸血)이란 輸(보낼 수), 血(피 혈)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피를 보내다'입니다. 輸(보낼 수)가 들어간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실어서 내보내는 일을 '수출(輸出)', 운송 수단을 가지고 보내는 일을 '수송(輸送)', 몰래 사들여오는 것을 '밀수(密輸)'라고 합니다. 이처럼 輸(보낼 수)가 쓰이는 단어는 공통적으로 '보내다, 나르다'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따라서 수혈(輸血)이란 피(血)를 보내다(輸)라는 의미죠.
수혈과 비슷하게 사람 간 피의 이동을 표현하는 다른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헌혈(獻血)입니다.
헌혈(獻血)이란 獻(바칠 헌), 血(피 혈)로 이루어진 단어로 한자의 뜻을 가지고 풀이하면 '피를 바치다'입니다. 獻(바칠 헌)이 들어간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몸과 마음을 바쳐 힘을 다하는 건 '헌신(獻身)', 돈을 바치는 건 '헌금(獻金)', 축하나 찬양의 뜻으로 바치는 글을 '헌사(獻詞)'라고 합니다. 이처럼 獻(바칠 헌)이 쓰이는 단어는 공통적으로 '바치다, 올리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헌혈(獻血)이란 피(血)를 바치다(獻)라는 의미죠.
수혈이란 한 사람의 피를 뽑아서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일입니다. 수혈을 위해서는 헌혈이라는 숭고한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피를 바치는 '헌혈'이라는 단어에 獻(바칠 헌)이 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내다, 주다'보다 '바치다'는 좀 더 거룩하고 숭고한 의미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헌혈자의 숭고한 마음이 수혈자에게 전달됩니다.
헌혈자와 수혈자만 있다고 해서 피가 이동되지 않습니다. 심혈(心血)을 기울이는 누군가의 노고가 필요합니다. 심혈(心血)이란 心(마음 심)과 血(피 혈)로 이루어진 단어로 '심장의 피'라는 뜻과 함께 '마음과 힘'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사람 간 피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심혈을 기울인 노고가 필요합니다. 환자를 위해 심혈(心血)을 기울이는 의료진들이 없다면 헌혈자는 피를 뽑을 방법이, 수혈자는 피를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헌혈과 수혈의 과정을 안전하고 원활하게 관장하는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합니다.
(참고 사이트: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 네이버 한자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