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13. 공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13. "교육이 모든 학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줄 수 있을까요?"
행정학 이론 중 자원 배분과 형평성 달성을 위해 분배정책과 재분배정책을 실시한다. 분배정책이란 정부가 특정 대상에게 공공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의무교육 및 무상교육이 해당된다.
한편 재분배정책이란 특정한 계층으로부터 다른 특정한 계층으로 혜택을 이전하여 사회적 형평성을 달성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예를 들어 교육급여 지원, 이주배경 학생 지원 등이 포함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모두에게 볼펜을 주는 것과 모두가 볼펜을 사용하여 글씨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모두에게 동일한 볼펜을 지급하는 것은 얼핏 보면 아무도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을 만한 정책이다. 공공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면에서 합리적으로 보인다. 볼펜은 무언가를 쓰기 위한 도구이지만 볼펜을 받은 사람들 중 볼펜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볼펜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따른다.
볼펜을 나눠주기 전에 조사를 해보니 누구는 이미 볼펜 10개가 있었고 다른 누구는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또 누구는 글씨를 능숙하게 잘 쓰지만 다른 누구는 볼펜을 잘 잡지도 못한다. 볼펜이 하나도 없는 학생에게는 3색 볼펜을 주고, 심지어 글씨를 쓰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따로 시간을 내어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공정함이 아닐까?
사회는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가지 정책 중 하나만을 선택해서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는 없다. 상황과 경우를 섬세하게 나눠 공공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선택을 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면서 모두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이 학업 성취에서 뒤처지거나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에 재정이나 인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거나 특정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상담이나 외부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재분배 지원에 해당한다.
정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와는 거리가 있고 딱딱한 무언가라고 느껴졌다. 정책의 실현을 지켜보고 그 정책들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걸까 곰곰이 생각했다. 그 바탕은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다. 모두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는 사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골똘히 고민한 결과였다.
지금이 최선이라는 말은 아니다. 앞으로 더 섬세하게 경우를 나눠서 요구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해나가야 한다. 이 노력의 중심에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는 학생이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깊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관심 덕분에 이주배경 학생은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배울 기회를 얻었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는 외부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을 위한 진정한 공정함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고민을 바탕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대하는 태도. 이 모든 것은 결국 학생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위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