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게 도움이 됩니까?

입시 제도에서 나의 수업은│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by 민샤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14. "입시 제도는 나의 수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한문 교사라는 자부심이 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한자를 접해 생긴 마음이기도 하지만 한국어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시라는 렌즈로 한문 교과를 비추면 회색 처리가 된다. 선명하게 도드라진 주요 교과에 비해 그늘졌다. 중학교에서는 나름 할 말이 있지만 입시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문은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고등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입시가 드리운 짙은 그림자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말에는 가치관이 담겨있다. 우리가 어떤 말을 쓰냐에 따라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좌우한다. 주요 교과, 좋은 대학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입시 제도는 주요 교과와 비주요 교과를 나누는 기준이 되었고,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는 결국 '좋은 대학'이라는 획일화된 가치관을 만들어 왔다.



수많은 학생이 난해한 입시 과정을 거쳐 대학에 들어간다.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대학'인지 아닌지에 따라 누구는 위축되기도 하고 다른 누구는 당당해지기도 한다. 좋은 대학이란 또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무엇인가? 입결이 높은 대학과 좋은 대학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적인 합의가 되었다는듯이 거리낌 없이 동의어로 여긴다.






학교 현장에서 온몸을 비틀며 교과의 정체성과 필요 이유를 알린다. 우리 교과는 말이죠. 이런 부분에서 학생 성장에 도움이 되고요, 삶에서 이렇게 쓰이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교과와 연계해서 이런 수업도 가능하고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어요. 과연 얼만큼 설득이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라도 외치지 않으면 맥이 끊길 것이다. 점점 좁아지는 입지 속에서 발버둥 치는 건 교과의 숙명으로 와닿는다.



거대한 입시 제도의 관점으로 한문 교과, 나의 수업을 본다면 아주 미미하다. 한문 수업의 의의를 강조하고 피력해도 "그게 입시에 도움이 돼요?"라는 질문에 결국 털썩 주저않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때문에 더욱 분발하려는 의지가 생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배워야 하는 과목들이 많기 때문에 과목이 하나라도 줄어드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교과 생태계 속에서 하나의 교과가 빠지면 그 공백만큼 다른 교과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한국어에서 차지하고 있는 한자를 접할 수 있는 공식적인 경로가 사라지고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수많은 어휘의 폭과 깊이가 줄어든다. 또한 원문을 읽으며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어쩌다 보니 우리나라 수많은 학생들, 아니 대부분의 학생들의 목표는 입시가 되었다. 입결 성적이 높은 대학교, 취업이 잘 되는 학과에 진학하는 게 모두의 꿈이 되어버렸다. 획일화된 가치를 강조하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다양하고 우리의 삶은 다채롭다.



결국 입시라는 제도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저마다의 색들을 찾아내는 삶을 위해 나의 수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점수로는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입시의 틀을 넘어서 진정한 교육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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