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졸업 후 어떤 삶을 살아갈까?│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16.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 어떤 삶을 살아갈까요? "
20살 때,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던 한 친구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가 왔다. 문과반이었던 세 개의 반 동창회를 하겠다고 한다. 졸업한 지 얼마나 됐다고 동창회인가 싶었지만 학창 시절 하루의 12시간 이상을 함께했고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을 다시 본다는 설렘도 느껴졌다. 야자 시간에 몰래 먹었던 닭강정의 냄새, 책상마다 쌓여있는 EBS 교재, 어두운 밤하늘 아래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교실의 풍경이 떠올랐다.
첫 동창회에서 놀랐던 사실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꽤 많은 아이들이 흡연을 한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대학교를 가지 않은 선택지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중학생 때는 흡연을 한 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서는 그 수가 전혀 달랐다. 반마다 한 손으로 셀 수 없는 아이들이 흡연을 했었고, 담배의 종류도 다양했다. 옷을 빌려 입었을 때 느껴지는 담배 냄새는 마치 나를 피시방으로 옮겨놓는 듯했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흡연을 한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긍하기도 했다. 성인이 되고 나니 당당하게 흡연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낯설었다. 담배 있냐, 담배 좀 빌려달라, 어떤 담배가 좋다더라 등등. 술을 마신다는 것보다 더 충격이었다. 아, 그래. 성인이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거무스레한 종이 뭉치를 들고 교실에 들어오셨다. 나눠주시면서 진지하게 이야기하셨다. 4%까지가 1등급이야. 그럼 우리 반에서 몇 명 나오는 거야? 1명이야. 11%까지가 2등급이야. 이건? 3명까지야. 자, 봐라.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자, 그러니깐…
고등학교는 대학교를 가기 위한 곳이구나 생각했다. 모두가 대학교를 가는구나. 그럼 어느 학교를 가지? 학과에 대한 선택은 후순위였다. 인서울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지방으로 가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선생님들도 학과는 크게 물어보지 않으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싶다.
대학교를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주변의 친구들 대분도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들, 선생님과의 상담 주제 등 모두가 대학교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가지 않는다고 하면 신기해하며 주변에서 묻는다. '그럼 뭐하고 살려고?'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는 대학교를 가지 않고 바로 취업을 했고, 다른 친구는 군대에 바로 들어간다고 했다. 부모님과 함께 일을 시작하거나 재수를 한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20살이 되면 모두가 대학생이 되는 게 아니구나.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굉장한 자유가 주어진다. 잠겨있던 마지막 관문이 열린 것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술과 담배를 사거나 12시가 넘어서 거리를 활보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성인이니깐. 고등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했으니깐.
굉장히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삶을 살았다. 20대 초반을 대학시절로 보내지 않은 사람을 보면 의아해 하는 나를 발견했다. 지금이라고 해서 비루한 식견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런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해 조언한다는 건 굉장히 조심스럽다. 대학교를 꼭 가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좋았던 경험들을 일러준다. 좋아하는 운동 하나쯤은 있으면 좋다. 책은 가리지 말고 다양하게 읽어 봐.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봐. 그래야 너와 결이 맞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니깐.
아이들이 꽤 괜찮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손 내밀 줄 아는 사람, 다른 사람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써놓고 보니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