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낯섦에서 공존으로

학생들은 졸업 후 어떤 삶을 살아갈까?│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by 민샤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17. "학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느끼나요?"


뜨거운 여름이 되면 운동장에 울려 퍼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교실로 들어온다. 휘몰아치듯이 1학기 수행평가를 마무리하고 지필평가를 보면 방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방학 시작 전, 몇 아이들이 종이 한 장을 나에게 내민다. 학교장허가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다.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많은 학생들이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한다. 시골에 계시는 조부모님을 뵈러 가는 학생,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가는 학생, 펜션에서 온 가족이 모인다는 학생까지.






체험학습을 신청한 아이들 중에는 외국으로 한 달 가까이 떠나는 학생도 있다. 어학연수도 아닌, 해외여행도 아닌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이들을 이주배경 학생이라고 부른다. 부모 또는 본인이 외국 국적 또는 외국 출신인 학생을 이른다.



체험학습 신청서를 가지고 교장실에 들어갔다.



"방학 직전이라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많이 가네요. 다문화 가정 학생이라 한 달 정도 다녀옵니다."


"그러네. 아참, 요즘은 다문화 가정이 아니라 이주배경 학생이라고 한대요."


"아, 그래요? 이주배경 학생.. 알겠습니다."



혹시나 까먹을까 봐 이주배경 학생이라는 단어를 입안에서 굴리며 교무실로 돌아왔다. 이주배경 학생, 이주배경 학생.






한 학생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나를 꽤 당황하게 한 당찬 아이였다.



"저 중국 사람이에요! 중국에서 태어났어요."



교실에서 울려 퍼지던 한 학생의 목소리였다. 친한 친구들에게는 본인이 말했겠지 싶었다. 근데 모든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서 자신의 국적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나 같으면 누군가에게 당당히 꺼내놓을 수 있는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묻어두기로 할 내용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라는 듯이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용기를 보았다. 나에겐 없었던 용기였다.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자신의 국적을 밝힌 아이나, 그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이나 거리낌이 없었다. 서로 다름이 익숙한 아이들이었다. 정작 낯설어했던 건 교사인 나였다. 그 아이의 당당함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물음을 남겼다.



공존과 포용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편견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했다. 톡톡 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서 낯설다는 이유로, 눈에 띈다는 이유로 배척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가진 서로 다른 색깔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다문화의 공존일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6. 우물 안에 개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