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에서 누구와 함께하고 있나? │민샤의 교육철학 세우기
교대와 사범대를 구별도 하지 못했던 제가 덜컥 교사가 되었습니다.
조회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교실에 들어가기 두려웠습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용기를 내서 꺼낸 말은 요란한 깡통 소리처럼 느꼈습니다.
「질문으로 성장하기」란, 저의 깡통을 채우는 일입니다.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세우는 과정입니다. 50가지 질문으로 교육철학 세우기를 목표로 합니다.
18. "학교에서 누구와 함께하고 있나요?"
나는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마침 오늘 개학을 해서 아이들을 만났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복도를 울리는 웃음소리, 계단을 내려가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학교에 왔구나 실감한다. 우리 반 아이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방학 동안 잠시 잊힌 추억을 되새긴다. 맞지, 그때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하며 기분 좋은 회상을 한다. 그러나 요즘 교육 현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한 선생님께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민원을 들었다고 한다. 생활지도를 할 때 교사의 말을 녹음한다든지, 공평하게 알려준 시험 문제에 대해서 딴지를 건다든지. 내가 만약 그런 민원을 들었다면 지금처럼 아이들을 바라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마음은 차가워져 사무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아이들과 데면데면한 관계로 이어지고, 아무런 감정의 교류가 없는 상태로 1년 또는 3년이 흐를 것이다.
나에게도 언젠가 살얼음판을 걷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이 참 좋다. 함께 좋은 추억을 쌓아가고, 더 나은 사람으로 함께 성장할 기회를 만들고 싶은데 이 학생들이 돌변해서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어른이니깐, 교사니깐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라고 하는 건 엄청난 부담을 지는 일이다. 결국 더욱 거리를 두게 되고 유대감과 소속감이 사라진다. 건조한 관계로 전락하고 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마음 한 편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교사는 아이들이 교육받은 사람으로, 제구실을 할 수 있는 한 명의 성인으로 자라도록 돕는다. 아이를 위한 교육을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동료 교사와 함께한다.
힘든 일을 겪으면 누구나 축 가라앉는다. 어떻게 해야 할 방법을 몰라서 손을 놓고 싶을 때도 있다. 나도 그럴 때가 있고, 그런 동료를 마주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니터를 바라봐도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럴 때는 텀블러를 챙겨 동료 교사가 있는 교무실 문을 두드린다.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웃으며 말한다.
"커피 한 잔 얻어마시려고요!"
아이들을 위한 일들을 하는 우리지만 아이들로 인해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숨길 이유도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동료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개운해짐과 동시에 작은 해결책을 얻는다. 동료 선생님들의 지혜에서 오기도 하고 외면해 왔던 내 마음속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게 다시 움직인다.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의미로 학교를 다시 다니고 있는 요즘 많은 걸 배운다. 기존 학교에서는 지식 위주의 배움이었다면,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는 삶과 사람을 알아간다. 학생과의 관계에서는 진심의 중요성을, 동료 교사와의 관계에서는 연대와 지지의 힘을 배운다. 푸릇한 아이들과 든든한 동료들, 이들과 함께하는 학교생활이 나를 더 나은 교사로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