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관리하는가, 살아내는가
오늘은 ‘웰니스 (Wellness)’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너무 자주 쓰지만, 정작 잘 느끼지 못하는 말이죠.
저는 이 질문에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삶을
잘 '관리'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 '살고' 있는 걸까요?
요즘 웰니스는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양제, 명상 앱, 식단, 운동루틴, 바이오해킹, 리트릿까지.
너무 많은 것들이 웰니스라는 이름으로 묶이면서, 본질은 점점 흐려져 버린 듯합니다.
웰니스는 풍부해졌는데, 삶은 그만큼 가벼워졌을까요?
이 그래프는 글로벌 웰니스 시장의 성장입니다. 2029년에는 약 9.75조 달러 규모로 예상됩니다. 보시다시피 웰니스 산업은 분명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웰니스는 전통적인 산업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 경제 영역’이 되었고, 동시에 ‘무엇을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시장은 이토록 성장했는데, 과연 우리의 삶도 이처럼 나아졌을까요?
이 그래프는 전 세계 직장인의 일상 스트레스 비율을 보여줍니다.
이 수치는, 갤럽이 전 세계 직장인을 대상으로 “어제 하루 동안 스트레스를 받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사람들의 비율입니다.
웰니스는 늘어났지만, 스트레스는 줄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약 40% 인데요. 중요한 점은, 이 수치가 줄지도, 늘지도 않은 채 높은 수준에서 ‘고착’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지금의 세상은 스트레스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 된 상태 ㅡ 다시 말해, 만성 스트레스의 시대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웰니스’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왜 우리의 삶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더 나아지는 방법'을 늘려온 게 아니라, '더 오래 버티는 방법'을 정교하게 만들어온 건지도 모릅니다.
원래 웰니스는 이렇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웰니스 (Wellness)'라는 말의 출발은 아주 단순합니다.
좋은 건강 상태에 있음
State of being in good health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병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삶을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웰니스는 달성해야 할 대상, 관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얼마나 최적화했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하고 있는지
웰니스는 삶을 느끼는 언어가 아니라 삶을 평가하는 언어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웰니스는 언제부터
‘살아가는 상태’가 아니라 ‘달성해야 할 대상’이 되었을까요?
우리는 웰니스를 몸, 마음, 관계, 일처럼 나눠서 관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데요,
건강이 무너지면 감정이 흔들리고,
감정이 흔들리면 생각이 왜곡되고,
생각이 왜곡되면 관계가 불안해집니다.
결국 삶은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저는 웰니스를 ‘영역’이 아니라 삶을 다룰 수 있는 ‘능력’으로 다시 보게 되었는데요,
무엇을 더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내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거죠.
즉, 웰니스는 무언가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있는 삶을 다루는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6가지 능력 — 하나의 시스템〉
이 여섯 가지는 체크리스트가 아닙니다.
하나씩 잘 해내야 하는 과제라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동시에 작동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하나가 흔들리면, 다른 것들도 같이 흔들리고 하나가 회복되면, 전체가 같이 회복됩니다.
먼저, 몸입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지나칠 수 있는 영역이죠.
몸이 보내는 피로, 통증, 긴장과 같은 신호들을 무시하거나 밀어붙이지 않고 정보로 받아들이는 상태
이 능력이 사라지면 우리는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를 놓친 채 감정이나 생각에서 문제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실제 원인은 몸에 있었는데, 왜곡된 감정이나 생각으로 자신을 더 몰아붙이게 되죠.
두 번째는 감정입니다.
가장 빨리 쌓이지만, 가장 늦게 돌보는 영역이죠.
감정의 회복력이란, 감정을 억누르거나 붙잡지 않고 지나가도록 허용한 뒤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인데요,
마치 젖은 옷을 말리지 않고 바로 옷장에 넣어두면 썩는 것과 같이 그때그때 처리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로 우리 안에 남습니다.
어떤 감정은 생각의 형태로 반복되고,
어떤 감정은 몸의 긴장이나 통증으로 옮겨갑니다.
세 번째는 생각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인지 (cognition)'라고 부르는 영역이죠. 그리고 우리가 가장 쉽게 ‘나 자신’으로 착각하는 영역입니다.
알아차림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
우리가 하루 동안 떠올리는 많은 생각들이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반복이거나,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라는 이야기라는 것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문제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그 생각을 진실로 믿어버릴 때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중요한 건,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곧바로 진실이나 즉각 반응해야 할 명령으로 동일시하지 않을 수 있는 정신적 안정성입니다. 생각과 나를 분리할 수 없다면 우리는 감정에서 나온 생각을 어느 순간 ‘나 자신’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는 나 자신과의 관계도, 타인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흔들리게 되죠.
그래서 네 번째는 관계입니다.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애써 방어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머물 수 있는 관계가 있는 상태.
관계 속에서 계속 긴장하고 있다면, 몸과 마음은 결코 쉬지 못하겠죠.
다섯 번째는 속도와 리듬입니다.
나아가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내적 여유입니다.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계속 밀어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아는 내적 여유
이 여유가 있을 때
몸은 회복할 수 있고,
삶은 ‘소모’가 아니라 ‘순환’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 모든 것을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상태입니다.
이 삶이 내 것이라는 소유감.
남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상태입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이나 비교 속에서 선택된 삶이 아니라, 내 선택 위에 만들어진 삶.
이때 우리는 삶에 덜 저항하게 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몸과 마음은 불필요한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이 여섯 가지는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 연결되어, 함께 작동합니다. 그리고 이 능력들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단순히 ‘관리되고 있는 삶’이 아니라 ‘살고 있다’는 감각을 회복합니다. 저는 이 상태 자체를 웰니스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웰니스’는 나를 고치는 과정이 아닙니다.
삶을 온전히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무성히 자라는 나무처럼 억지로 바꾸지 않아도, 억지로 나아지려 애쓰지 않아도, 삶은 스스로 균형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웰니스’란 몸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을 충실히 사는 일에 더 가깝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웰니스를 더하려고 합니다. 더 좋은 방법, 더 많은 정보, 더 완벽한 루틴 물론 이런 것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주제를 다시 생각하며 저는 이런 질문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웰니스는 무언가를 더 잘 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삶을 느끼고, 선택하고, 경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그 상태에 있으면 우리는 더 이상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를 목표로 삼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살아낸 삶은 결국 오래 지속됩니다. 그래서 저는 '롱제비티 (Longevity)'는 목표가 아니라 결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삶을 덜 소모하며 살아낼 수 있는 상태, 그 상태가 오래 유지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삶을 관리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정말로 살아내고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이 웰니스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GO ON — A Journey of Rising into Whol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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