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안고 살아가기로 했다
질문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외로운 일이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누군가는 대답을 기대하고 누군가는 명확한 결론을 원한다.
하지만 질문에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질문은 종종 미뤄야 할 것으로, 나중에 해결해야 할 것으로 남겨진다.
나는 오랫동안 질문보다 답을 먼저 찾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성공해야 하는가를 더 많이 배웠고,
삶에는 정답이 있으며
그 정답에 가까워질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믿었다.
성공의 기준은 분명했다.
눈에 보이는 성취, 사회가 정해놓은 지표들, 그리고 타인의 인정.
잡지 표지에 서는 일,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프로카드를 획득하는 것,
TV에 출연하고 책을 내는 것,
유튜브 백만 구독자를 달성하는 것.
그 모든 목표들은 내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증명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30대 중반 ㅡ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목표라고 불렀던 것들을 이루고 나자 이상한 질문이 따라왔다.
“어? 이게 다야?”
“이제 뭘 해야 하지?”
“다음은 또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더 많은 구독자 수,
더 큰 성취,
더 넓은 영향력.
다음 목표는 언제나 있었지만 그 목표를 왜 향해야 하는지는 점점 알기 어려워졌다.
나는 성공하지 못해서 흔들린 게 아니라, 성공하고 나서야 비어 있는 자리를 보게 되었다.
외부적인 기준에 집중하며 살았던 시간은 나를 바쁘게 만들었지만 정작 나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는 주지 않았다.
작은 성취들은 언제나 부족하게 느껴졌고,
만족보다는 다음 증명을 준비하는 삶이 반복되었다.
돌아보면 나는,
그 증명이 멈출까 봐,
그 기준에서 벗어날까 봐
질문을 쉽게 던지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질문은
정답이 없는 상태를 드러내고,
미완성의 나를 마주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질문 대신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답을 따르며 안전한 길 위에 머무르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 앞에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이 질문은 누가 대신 답해줄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고,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답답했고, 불안했고, 때로는 멈춰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멈춤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질문은 나를 어디론가 빨리 데려다주지 않았지만, 대신 나를 나 자신에게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내 삶의 방식뿐 아니라 내가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내가 팟캐스트에서 던졌던 질문들은 타인을 향한 질문인 동시에 나 자신에게 가장 하고 싶었던 질문들이었다.
그 질문들은 답을 빨리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사람의 선택과 그 배경을 이해하려는 질문에 가까웠다.
어쩌면 나는 질문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동시에 내 안에 남아 있던 질문들과 조용히 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나는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이해하려고 귀 기울일 때, 판단은 잠시 멈출 수 있었고 그 자리에 공감이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답을 전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질문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삶을 정의하기보다 그 사람이 자기 삶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도록 곁에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질문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건 정답을 모른 채 멈춰 있는 삶이 아니다.
모르는 상태를 견디며 그 질문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하나의 태도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많은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이제는, 답을 빨리 내놓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이 질문이 어디로 나를 데려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져 있다.
이 글은 <고온> 시즌 1의 마지막 기록이며,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다.
GO ON — A Journey of Rising into Whol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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