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Public Speaking 가르치기

by minsooooyam

학부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꽤나 밝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축제 때 춤을 추며 노는 모습을 본 졸업생 선배가 넌 도대체 뭐 하는 애냐며 말을 걸어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렇게 할 에너지도 없고... 아마 매일 마시던 술의 힘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공적인 자리건 사적인 자리건 이 필요가 없다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나에겐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배웠다. 다시 말해, 발표를 하는 학회나 (배우는 역할이건 가르치는 역할이건) 참여가 필수적인 수업시간과 같은 자리에서 꼭 필요한 말이 아니라면 최소한으로 말을 하는 것이 편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선 재잘재잘 대기도 하고 쓸데없는 소리도 깨나한다.




우연찮게, 그것도 학기 개강 2주 전에, 나에게 학부생에게 Public Speaking 수업을 맡아보겠냐는 이메일이 왔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Public speaking은 공개연설, 공석에서 말하기, 화술 등등이 나온다.) 문제는 내가 공개석상에서 말한 경험이나 교육을 받은 것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학부 때 원어 수업으로 Public Speaking을 듣기는 했으나 내용도 기억이 안 나고 자료도 거의 없었다.


다행인 건, 이 수업이 이미 어느 정도 구성이 되어있는 수업이었다는 점이었다. 평가 과제가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커리큘럼도 조금만 수정하면 되었고, 마치 박사과정생에게 수업 실습을 교육하는 과정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부담을 내려놓고 감사한 마음으로 수업을 하겠다고 응했다.


관리를 해주는 교수님과 같은 수업을 맡은 다른 동기 강사들과 수업 관련 미팅을 진행했고 내가 참조할 수 있는 자료들을 추천받았다. 미팅이 끝난 후 내 수업에서는 어떤 걸 강조할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차근차근 정리를 해보았다.

내 공부야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건 무게가 다르니까. 더군다나 내가 아는 걸 가르치는 게 아니니 그 부담이 상당했다. 자료들을 검토했고 수업 흐름에 맞춰 취합했던 자료를 다시 한번 필요한 순서대로 배정했고, 매 수업 때 활용할 시청각 자료를 찾았다.


나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인간이라 타임블록을 활용해서 주간 스케줄을 미리 배정해놓아야 그나마 해야 할 일을 간신히 해낼 수 있다. 수업이 이렇게 되어버린 만큼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자료 검토, 학생들 피드백, 오피스아워 등등 을 포함하여 수업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배정했다.


그리고, 여전히 떨리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 들어간 강의실에는 약 스무 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백인이었고, 흑인 학생들과 중남미계 학생들도 조금 있었으며, 딱 한 명의 아시안 학생이 있었다.

국제학생은 없었으며, 한 학생만이 1.5세대 이주민이었다.


갑자기 부담이 확 와닿았다. 대중연설이 흔한 문화권도 아닌 한국 출신인 내가,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 내가, 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전공수업도 아닌 말하기 수업을 가르친다고?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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