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택배가 주는 즐거움
문 앞 택배박스
_택배가 주는 즐거움
10년 전 어느 날이었다.
“엄마! 엄마! 이리 좀 와봐요!”
아들의 다급하면서도 들뜬 목소리가 집 안 가득 울려 퍼졌다. 부엌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보니, 현관 앞에는 며칠 전 주문했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배달되어 택배박스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아이는 작은 몸으로 커다란 상자들을 이리저리 옮기며 신이 나 있었다. 그 초롱초롱한 눈빛은 마치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을 발견한 아이처럼 반짝였다.
“엄마! 우리가 너무 착하게 잘 살아서 그런가 봐요. 어쩜 이렇게 선물을 많이 가져다주는 걸까요? 너무 행복해요. 저는 커서 택배기사가 될 거예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행복을 나눠주고 싶어요!”
그 순간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나와는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아이의 순수함이 너무도 놀라웠다. 어른인 나에게 택배박스는 단순히 ‘주문한 물건’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세상이 주는 선물’로 보였던 것이다. 그 무심한 택배상자를 옮기며 행복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 그날의 장면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아이가 “나는 커서 택배기사가 될 거야!”라고 말할 때, 나는 장난스럽게 슬리퍼 한 짝을 들어 마이크처럼 들고 포즈를 취하며 응수했다. 그 모습조차 아이의 해맑은 웃음과 섞여 우리 집을 한동안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의 행동은 조금 민망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너무도 순수하고 귀여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시간은 흘러, 그 아이는 이제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사춘기를 지나며 그때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어른스러움이 자리 잡고 있다. 아이는 아마 그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특별한 한 장면으로 깊이 새겨져 있다. 어떻게 내 뱃속에서 씨앗처럼 자라 열 달을 머물다 세상에 나와, 저토록 순수하고 또 씩씩하게 성장했을까. 떠올릴 때마다 인체란 참으로 신비롭고, 삶이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도 퇴근길에 집 앞에 놓인 택배박스를 보면, 종종 그날의 기억이 불쑥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가 오는 시대라, 택배의 의미가 예전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 시절, 택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아이가 느끼는 행복이었고, 우리 가족에게 작은 축제 같은 순간이었다.
그날 아이가 보여주었던 반짝이는 눈빛과 “택배기사가 되고 싶다”던 그 짧은 고백은, 단순한 농담 이상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그것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마음이 아닐까. 작은 상자 하나에도 행복을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 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의 택배박스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아이가 내게 건네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 기억 덕분에 나는 여전히 삶 속 작은 순간에도 웃음을 발견하고, 선물처럼 다가오는 일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