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책과의 첫 만남

나의 가장 좋은 친구

by 민쌤

책과의 첫 만남

_나의 가장 좋은 친구






책과 나의 첫 만남은 아주 오래전, 아직 글자를 서툴게 읽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장을 펼치면 종이에서 묻어나는 풋풋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그림 한 장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 작은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오랜 친구가 될 줄은.


어릴 적 내 첫 책은 아마 얇은 동화책이었을 것이다. 그때의 그림책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었다. 책 속에는 용감한 주인공이 있었고, 무서운 괴물도 있었으며, 언제나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매번 그 세계로 뛰어들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책이 많지 않았던 시절, 내가 좋아했던 동화책을 품에 안고 수십 번도 넘게 읽어서 동화책이 너덜너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교에 입학하고 글자를 혼자 읽을 수 있게 되자 책은 나만의 비밀 공간이 되었다. 다락방 한쪽에 앉아 책장을 펼치면 세상은 조용해지고, 나만의 세계가 열렸다. 친구들과 뛰어놀다가도 집에 돌아오면 책을 펼쳤고,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때로는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이 들을 정도로 소리 내어 읽으며 나만의 작은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책에서 멀어진 시기도 있었다. 시험공부에 치이고, 일에 치여 책장을 열지 못한 날이 많았다.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혹은 공부 스트레스로 책이 점점 멀어지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힘든 날일수록 책이 생각났다. 다 읽지 못하는 책이라도 펼쳐 들면 어린 시절 느꼈던 두근거림이 되살아났고, 잠시 현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행동이야말로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었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책 없이 하루를 상상하기 어렵다. 내가 읽은 책들은 삶의 방향을 바꿔주었고, 어려운 시기를 건너는 다리가 되어 주었으며, 때로는 웃음과 위로를 건네주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에게서 상처받을 때면 가장 먼저 책을 집어 들었다. 이유를 모르면서도 그게 가장 편안한 선택이었다.


첫 책을 읽던 어린 나의 작은 손, 그때의 설레는 마음을 떠올리며 다시 책장을 펼친다. 그 두근거림이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있음을 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책은 여전히 내 곁에 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할 나의 동반자이다. 내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나를 위로하는 가장 든든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책은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믿음직한 친구이며, 가장 현명한 조언자이고, 가장 인내심 있는 스승이다.”

_Charles W. Eliot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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