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소크라테스와 만나는 시간

질문하는 삶_소크라테스와 함께

by 민쌤

소크라테스와 만나는 시간

질문하는 삶_소크라테스와 함께



소크라테스는 만나는 사람마다 질문을 던졌다. 때로는 상대가 대답하기 곤란할 만큼 깊고 불편한 질문을 이어갔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과연 평소에 질문을 던지며 살고 있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예전의 나는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질문을 던졌지만, 그것은 학생들의 생각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였지 내 삶의 본질을 묻는 질문은 아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일상으로 돌아와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은 채 하루를 흘려보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이지?’ 같은 질문은 감히 꺼내지 못한 채, 눈앞의 일에만 몰두하며 살아왔다. 돌아보면 나는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묻지 않는 삶’을 살았다.


변화의 계기는 우연히 듣게 된 철학 강의였다. 두 번째 강의쯤 되었을 때, 강연자는 우리에게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무엇이 당신의 삶을 움직이게 하나요?” 그 순간 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묵혀두었던 삶의 의문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생각하는 습관’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로 책을 읽을 때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작가가 잘 쓴 책이니 그냥 잘 읽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문장이 이해되지 않아도 ‘내가 아직 부족해서 그렇겠지’ 하고 넘어가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걸리는 문장이 있으면 멈춰 선다. 그 문장이 왜 이해되지 않는지, 내가 그 개념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작가는 어떤 맥락에서 이 말을 꺼냈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때로는 책장을 덮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는가?”,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가?”


이런 습관은 단순히 독서의 깊이를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삶 전체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하루가 끝날 무렵 그날 있었던 일을 복기하면서 ‘오늘 내가 웃었던 순간은 무엇이었지?’, ‘왜 그 말을 듣고 불편했을까?’ 하고 묻는다. 그렇게 질문하다 보면,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들이 드러나고,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의 뿌리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이제는 단순한 명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질문은 나를 깨어 있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결국은 더 나은 나로 나아가게 만든다. 책 속 문장을 붙잡고 고민하던 그 시간들이, 사실은 나 자신을 이해하려는 조용한 대화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으려 애쓴다. 답이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일이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나와 대화하는 이 시간, 나는 소크라테스와 만나는 기분으로 산다. 그 질문들이 나를 더 깊은 곳으로 이끌어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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