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이어지는 문장들
책에서 얻은 글감
_글쓰기로 이어지는 문장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콕 박히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가끔 그 문장들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내 안에 묻어 있던 생각을 불러내는 열쇠가 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을 때마다 그 문장들을 글쓰기로 옮겨 적는다. 그리고 매번 글쓰기의 주제를 찾는 일이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그 문장들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지만, 내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글쓰기의 시작과 연습이 되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다. 문장력도 부족하고, 제대로 해석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이 반이다’라는 믿음으로 매일 조금씩 써 내려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부족해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실력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글쓰기를 했다.
덕분에 독서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빠르게 읽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늘 조급했다. 그러나 글감을 찾기 위해 천천히 읽다 보니 책 속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는 습관이 생겼다. 주변 작가들은 세 시간 만에 책 한 권을 읽는다지만, 나는 같은 책을 읽는 데 네 시간, 다섯 시간이 걸린다. 한때는 그 사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속도가 늦더라도 내 안에 오래 머무르는 한 문장을 건져 올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독서 인증이나 속도 비교가 스트레스였다. ‘나도 저만큼 읽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책 읽기가 어느새 취미도, 기쁨도 아닌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마음을 내려놓자 새로운 자유가 찾아왔다. 며칠 동안 책을 잡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허락했더니 오히려 다시 책을 들고 싶어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독서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와의 대화라는 것을.
지금의 나는 한 페이지를 읽고 다음 날 또 읽는다 해도 그것이 잘못이 아님을 안다. 오히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을 때 더 깊은 울림을 얻을 때가 있다. 손에서 책이 떨어지면 불안했던 예전의 나와 달리, 이제는 천천히 곱씹으며 글감을 발견하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중요한 것은 많이 읽는 행위가 아니라, 매일 꾸준히 책 속 문장을 삶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책, 저 책을 어슬렁거리며 펼쳐본다. 내 마음에 작은 불씨가 될 만한 한 문장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그 문장이 내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게 해 줄 것이다.
“책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끄는 도구일 뿐이다.” ― 에밀 시오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