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간
다른 학원을 다니다가 공부가 하는 게 많이 힘들고 지칠 때쯤 그 친구는 내가 운연 하는 공부방으로 왔을 때의 일이다.. 또래보다 작은 체구, 무표정한 얼굴, 내가 무슨 말을 걸어도 늘 같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만 하던 아이였다. 처음에는 큰 소리로 불러보기도 하고, 일부러 웃기려 노력도 해봤지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아, 이 아이는 내가 먼저 다가가는 걸 원하지 않는구나.’
그날 이후로 말을 건네지 않았다. 남들이 보면 무심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나는 그 친구가 먼저 인사해 주길, 먼저 말을 걸어주길 매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1년이 다 되어갈 무렵, 그 친구가 나가면서 조용히 인사를 했다. 나도 모르게 엘리베이터 앞까지 뛰어나가 몇 번이나 인사를 돌려주며 웃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가슴이 벅차올라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이후로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공부방에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스스로 인사를 하고,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나를 불러 물어보기 시작했다. 필요한 것도 스스로 말할 줄 알게 되었고, 내가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책을 기억해 선물까지 해주었다. 스쳐간 대화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준 그 마음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했다.
학원을 그만두고 중학교에 간 후에도 그 친구는 달달커피를 사들고 종종 나타났다. 우리는 서로를 챙기고, 동네 놀이터에서 운동도 함께 하며 진짜 친구처럼 지냈다. 지금은 곧 중학교 3학년이 되어 그 친구가 앞으로도 친구들과 사이좋게,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
혹시 시간이 흘러 자주 보지 못하더라도 이 만남과 추억은 내 인생의 소중한 일부로 남아 언제든 미소 짓게 만들 것이다.
그 아이의 부모님은 달라진 모습을 보며 “선생님 덕분”이라고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말했다.
“아니에요, 기다려 준 건 저이지만 먼저 마음을 열어 준 건 아이였습니다.”라고.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고 빠르다. 어른들이 진심인지 아닌지 단번에 알아차린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을 절대 가볍게 대하면 안 된다. 귀한 마음에는 반드시 귀한 마음으로 답해야 한다. 그 시간이 길더라도, 기다림이 길더라도 말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 아프리카 속담
나는 그 아이 덕분에 ‘기다림’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진 덕목인지 배웠다.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자라도록 돕는 가장 조용한 사랑의 방식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