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그때 그 마음
책을 보며 울던 날
_그때 그 마음
사람마다 즐거움과 위로를 얻는 방법은 다르다. 내 주변 사람들은 드라마를 좋아한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TV 앞에 모여 앉아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이 그들의 낙이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하지만 책을 가까이 두게 되면서부터는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게 되었다. 드라마 속에서 느끼는 감정의 기복을, 나는 책 속에서 느끼고 경험한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하루 종일 미친 듯이 파고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드라마에 몰입해 행복해하는 것처럼, 나는 책을 읽으며 그 기쁨을 누린다.
그중에서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다. 지금은 제목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우연히 꺼내든 한 권의 책이었다. 별다른 기대 없이 펼쳤는데, 이야기는 친정엄마가 치매에 걸리면서 전개되었다. 당시 내 어머니는 아직 건강하게 살아계셨다. 나는 그때까지 엄마라는 존재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엄마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마음이 저릿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 애써 외면하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서 무너졌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장면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활자를 따라가던 눈은 어느새 눈물로 젖어 있었다. 처음에는 휴지로 닦았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휴지가 감당하지 못하자 결국 수건을 꺼내 닦아야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책을 읽다가 운다는 것이 진짜 가능하다는 것을. 그 순간 나는 책이 단순한 활자의 나열이 아니라, 마음을 흔들고 기억을 불러내며 삶을 새롭게 비추는 힘이라는 것을 깊이 느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예전처럼 울 일이 거의 없다. 내가 읽는 책이 대부분 자기 계발서이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감정보다는 사고를 일깨우고, 눈물을 자극하기보다는 실천을 요구한다. 철학책도 읽기 시작했지만, 그것 역시 나를 울게 하지는 않는다. 눈물 대신 생각과 질문을 안겨준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는 책을 읽으며 크게 흔들리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오랜만에 소설책을 꺼내 들었다. 울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문득 ‘다양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만 읽다 보면 사고가 갇히고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그래서 소설을 집어 들었다. 나는 다시금 책이 주는 위로와 공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앞으로의 다짐은 분명하다. 나를 위한 책만이 아니라, 내가 평소 관심을 두지 않던 책들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철학, 역사, 예술, 과학, 그리고 때로는 소설까지. 다양한 책 속에서 내 삶을 비추어 보고, 아직 알지 못한 감정과 생각을 끌어내야겠다.
“책은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마음을 깨우는 가장 조용한 도끼다.” — 카프카
책을 읽다가 울던 그날의 경험은 내 안에 남아 내 마음속에서 파동 친다. 나는 앞으로도 책을 통해 웃고, 생각하고, 때로는 울 것이다. 그것이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이며, 글을 쓰는 삶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