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추석이란

_그리움

by 민쌤



형제, 자매가 많았던 부모님 덕분에 명절이면 30명이 넘는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온종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부엌에서는 전을 부치고, 아이들은 방 안을 뛰어다니며 소란스러웠다. 그 시절의 명절은 분명 ‘시끄러움, 살아 있음’ 그 자체였다.

하지만 6년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나신 뒤로 명절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자유로워진 건지, 아니면 버텨내고 있는 건지 모를 감정 속에서 매번 방황한다. 친정에 가도, 시댁에 가도 어딘가 허전하고 공기가 달라졌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분위기만 달라져버렸다.

이제 나는 명절마다 일상을 지키기로 했다. 명절의 의무 대신, ‘쉼’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돌본다. 가족 대신 책과 차 한 잔이 곁을 지킨다. 누군가는 외로워 보인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 고요 속에서 비로소 내 마음의 결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 저 집에서 퍼지는 전 굽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 마음이 흔들린다. 혀끝이 먼저 반응하고, 이내 가슴이 따라온다. 주책맞게도 엄마의 밥상이 떠올라 눈가가 젖는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해마다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감정을 반복한다.

그래서 나에게 명절은 여전히, 조금은 씁쓸한 계절이다. 하지만 그 씁쓸함 덕분에 나는 ‘그리움’이란 감정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어쩌면 그것이, 엄마가 남겨주신 또 다른 사랑의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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