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9년 만에 떠나는 여행

_우리 둘이서

by 민쌤

결혼 19년 만에 떠나는 여행

우리 둘이서


결혼 19년 차, 우리는 처음으로 단둘이 여행을 떠났다. 늘 아들과 셋이 함께 다녔기에 둘만의 여행이 이렇게 낯설 줄은 몰랐다. 출발할 때부터 묘한 설렘과 어색함이 뒤섞였다.

‘이상하다, 분명히 내 옆에 있는 사람인데….’

너무 오래 함께 살아서, 오히려 둘만 있는 시간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서로의 마음을 읽지 않으려 애쓰며, 묵묵히 웃었다.


오랜만에 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 어설픈 포즈와 서툰 표정 속에서, 마치 연애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우리 인생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맛있는 해물요리를 먹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노래방에 가서 추억의 노래를 불렀다. 그 순간만큼은, 즐거웠다.


‘왜 이런 시간을 진작에 만들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핑계로, 일과 생계를 이유로, 늘 ‘다음에’라고 미뤘던 우리였다. 지금 돌아보면, 함께 있어도 서로에게 마음을 쓰지 못한 시간이 너무 많았다.


밤이 되자 바닷가에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우리는 우산도 없이 천천히 걸었다. 버스킹 무대 앞에 사람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고, 손뼉을 치며 웃고 있었다. 나도 어느새 그 자리에 있었다.


가수분이 내게 마이크를 건넸을 때, 순간 망설였지만 용기를 냈다. 술기운을 빌려 ‘숙녀에게’를 불렀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렸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 그날, 내 인생의 첫 버스킹이었다.


살면서 돈을 벌고, 아이를 키우고, 살아내느라 미뤄둔 ‘우리의 시간’을 이제야 되찾은 것 같았다. 앞으로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이런 여행을 꼭 떠나고 싶다. 다시 둘이서, 조금은 서툴게, 그러나 진심으로.


“사랑은 함께 있는 시간보다, 함께하려는 마음으로 완성된다.”

_김정민, 결혼 19년 만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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