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여백을 배우는 시간

by 민쌤

생각의 여백을 배우는 시간



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한 줄이라도 더 읽으려 눈으로만 쫓았다. 문장 속 뜻을 이해하려 애쓰며 글자에 집중하느라 숨 쉴 틈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책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보다 ‘사이’를 본다. 문장과 문장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에 생겨나는 여백을 느껴본다.


어느새 책을 읽다 보면 딴생각이 많아진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불쑥 떠오르고, 매번 챙기지 못하는 친정 식구들, 오래 연락하지 못한 친구들, 잊히지 않는 사람들... 모두 내 삶의 조각들이다. 그 조각들이 문장 사이로 스며들며 나를 흔든다. 아마 경험이 쌓이고, 나이 들어 마음이 깊어진 탓일 것이다.


이제는 그 생각들을 글로 옮기고 싶다. 하지만 막상 펜을 들면 어색하다. 문장들이 이어지지 않고,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하는 연습’까지가 나의 글쓰기다. 아직은 생각을 머리에 담아두는 시간이다. 곧 그것을 ‘글로 꺼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다짐만 품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을 붙잡는 일이다.”

_나탈리 골드버그



나는 하루에 한 번, 짧은 글이라도 쓴다. 쓰는 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버거운데,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을 매일 쓴다는 것은 또 다른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다. 꾸준히 쓰는 사람만이 언젠가 자기 언어를 갖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줄을 쓴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어지지 않아도, 나는 오늘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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