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헷갈린다

그래도 나는 살아낸다

by 민쌤

가끔은 헷갈린다 — 그래도 나는 살아낸다





열네 살. 또래들은 방과 후 골목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며 어린 날의 햇살을 만끽하던 그 시절에, 나는 이미 어른의 삶을 어깨에 이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면 바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이면 다시 일터에 나가야 했다. 그렇게 열네 살부터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이 어느덧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돌아보면, 내 인생엔 단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다.


몸이 덜덜 떨리도록 힘든 날도 있었고, 마음이 바스러질 만큼 외로운 밤도 많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냈는데도 내 통장은 늘 비어 있었다. 돈이 없다는 사실보다 더 힘들었던 건 “나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어떤 날은, 정말 삶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차라리 끝내는 게 편하겠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딱 한 가지 생각이 나를 붙들었다.


‘기왕 한 번 사는 인생이면… 그래도 멋지게 살다 가고 싶다.’

그 마음이 날 살렸다.


정확히 말하면, 아직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에 나는 여기까지 왔다. 죽지 못해 살았다기보다는, 살고 싶어서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른다. 그런데 가끔은 정말 헷갈린다.


나만 이렇게 버티며 살아가는 건지, 남들도 나처럼 상처를 숨기고 하루를 견디고 있는 건지. 웃는 얼굴 뒤에 누구나 각자의 무너짐을 품고 살아내는 것인지. 살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삶은 누구에게나 쉬운 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군가는 말하지 않을 뿐이고,
누군가는 상처를 드러내지 않을 뿐이고,

누군가는 버티는 방식이 나와 다를 뿐이다.

그래도 여전히 확신할 수 있는 게 있다.


단 하루도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온 내가 여기까지 왔다면, 앞으로도 살아낼 힘 역시 내 안에 이미 있다는 것이다. 삶은 우리를 수없이 흔들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버티는 힘 역시 조금씩 자란다.


넘어지면서도 일어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날엔가, 내가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서 있는 사람이 되어 있는 순간이 온다. 어쩌면 인생은 ‘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그래도 살아내는 사람’에게 미소 지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힘은 남의 인정이 아니라,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던 작은 다짐들이었으니까.


오늘도 나는 버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충분히 멋지고, 충분히 값지다.


“나는 폭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배를 조종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

_루이자 메이 올콧



살아간다는 건 완벽하게 잘 버티는 일이 아니다. 힘들면 잠시 주저앉아도 되고, 울어도 되고, 쉬어도 된다. 당신은 앞으로의 삶을 충분히 이겨낼 사람이다. 가끔은 헷갈려도 괜찮다. 그 헷갈림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고 있는 당신이 이미 너무나 멋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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