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만의 시간을 만들자
혼자 있음의 연습
_가끔은 나만의 시간을 만들자
요즘 나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외로움에 살짝 잠겨 지내고 있다. 특별히 큰일이 있어서라기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늘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어쩌면 너무 오래, 너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왔던 탓일지도 모른다. 늘 주변에 누군가 있었고, 늘 누군가를 챙기고, 관계를 이어가느라 정작 ‘나만의 시간’은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은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려 애쓰고 있다. 서울을 오고 갈 때 기차에 혼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그 짧은 시간조차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무도 내 기분을 묻지 않는 그 순간들.
그런데 혼자 있는 시간을 반복하다 보니, 묘하게도 마음이 가라앉기도 하고 외로운 기운이 스며들 때도 있다. 사람은 원래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고들 하지만, 막상 그것을 마주하면 생각보다 더 진득하게 마음에 눌러앉는다. 아무리 성숙해져도, 아무리 단단해져도 외로움 앞에서는 한 줌의 인간일 뿐이다.
그런 가운데 문득 스친 한 문장이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
“혼자 있을 때 외롭다면, 친구를 잘못 사귄 것이다.”
_장 폴 사르트르
이 말을 처음 읽었을 때, 마치 정면에서 톡 하고 건드림을 받은 듯했다. 하지만 곧 곱씹어 보니, 이것은 ‘내가 누군가를 잘못 사귀었다’는 단순한 뜻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르트르가 말한 ‘친구’는 특정한 사람을 의미하기보다, 마음 깊이 서로를 지지해 줄 수 있는 관계, 그리고 스스로와의 관계까지 포함된 말이라고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외로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나의 기쁨과 슬픔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각자의 삶 때문에 상대의 기분을 알 수 없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혹은 내가 그런 마음을 기꺼이 내어줄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나의 외로움을 함께 나눌 사람’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혼자의 시간을 견딜 힘’을 먼저 키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워주지 않으면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먼저 천천히 다루며 길들여야 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혼자 있는 연습을 하고 있다. 꽉 찼던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사람들 속에서 흘려보냈던 나의 감정들을 차근차근 되짚어본다. 가끔은 외로움을 그대로 안고 앉아 있고, 가끔은 외로움이 주는 여백 덕분에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나의 생각과 마음결을 더 선명하게 발견하기도 한다.
언젠가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아마 조금 더 덤덤해져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단단해져 있을 것이고, 누가 곁에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나 자신에게 편안해져 있을 것이다. 혼자 있음이 두려움이 아니라 쉼이 되고, 외로움이 결핍이 아니라 성장의 신호가 되는 그런 상태. 그곳으로 향하는 중이다.
비록 지금은 작고 잔잔한 외로움 속을 걷고 있지만, 이 시간을 잘 건너고 나면 나는 이전보다 더 깊어지고 더 따뜻해질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도 좋지만, 혼자 있는 시간 또한 내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계절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외로움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를 돌보아야 할 때를 알려주는 조용한 신호다. 그 신호를 놓치지 않고 천천히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