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도 있구나

_관계가 무너질 때, 나에게 찾아온 조용한 신호

by 민쌤


이런 일도 있구나

_관계가 무너질 때, 나에게 찾아온 조용한 신호



며칠 전부터, 아니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예고되고 있었는지 모를 일들이 삶의 표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괜찮았던 관계들이 미세하게 틀어지고, 좋았던 사람들에게서 시기, 질투, 이유 없는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순간들. 나는 그런 흐릿한 감정들 속에서 몇 달째 내 시간을 잃고, 기분을 빼앗기며 살았다. 마음은 늘 어지럽고 몸은 늘 긴장되어 있었다. 그러던 오늘, 오랜만에 동네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조용한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함께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예전보다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요즘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인간관계가 내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재미도 없고, 버거운 시간만 남는다고. 듣고 싶은 말은 아니지만, 그 친구는 담담하게 말했다.


“어쩌면 지금이 네 터닝포인트일 수도 있어.”


순간 그 말이 내 가슴을 묘하게 울렸다.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늘이 내게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정리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놓아야 할 것들’을 과감히 놓아야 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라는 메시지 같은 것.


그런데, 그 와중에 믿기 어려운 일이 또 일어났다. 핸드폰 전화번호가 통째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몇천 개의 연락처가 한순간에 증발했다. 기가 막히고 미칠 것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멍한 마음속에 이런 생각도 스쳤다.


“아, 정말 정리할 때가 온 걸까.”


억지로라도 잠시 멈추어 서야 한다는 신호, 내가 끌고 다니던 불필요한 관계, 의무감, 부담감들의 ‘리셋’. 머릿속은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지금의 혼란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세우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것.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문이 열리려면, 낡은 문 하나는 반드시 닫힌다.”


나는 지금 닫히는 문 앞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애써 붙잡고 있던 문, 이미 내 마음에서 멀어져 있었던 관계, 그저 관성으로 유지되던 인연들. 싸운 것도 없고, 특별히 좋아진 것도 없으며, 더 좋아질 가능성도 없는 그런 관계들. 분명히 뭔가 어긋나고 있었지만, 그 어긋남이 무엇인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관계는 잘못된 지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더는 편하지 않은 순간부터 다시 써야 한다는 신호라고. 그리고 지금 내가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다.

홀로 서는 길은 분명 쉽지 않다.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홀로 서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문제는 그때 내가 어떻게 서 있을 것인가이다. 흔들려 서 있을 것인지, 아니면 비록 천천히라도 스스로의 중심을 정립해 나갈 것인지.


나는 지금 천천히 중심을 찾는 중이다. 정리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나를 아프게 하는 관계에서 한 발 물러서며,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전화번호 사건도, 갈라지는 인간관계도,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피로도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제는 네 삶을 지킬 차례다.”

나는 지금 그 말의 의미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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