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에는

by 민쌤


12월이 오면 아픈 몸과 마음, 그리고 작은 결심



12월만 되면 유난히 몸이 아프다. 마흔을 넘기면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찬 공기 때문인지, 한 해가 끝나간다는 압박 때문인지, 12월은 늘 몸과 마음을 동시에 지치게 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약속을 줄이려 했지만, 이상하게 12월에는 모임이 더 많아지고 사람들과의 약속이 끊이지 않았다. 매년 반복되는 바쁨과 피곤함 끝에, 나는 몇 년 전부터 12월의 모든 모임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겨울의 마지막 달만큼은 나를 지키는 시간으로 남기기 위해서였다.


크리스마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낮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가도, 밤이 되면 어른들의 파티가 이어지는 게 늘 당연했다. 그런데 올해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미안함. 이제는 고등학생이 된 아들에게 ‘함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더 허락될까 싶어 마음이 서늘했다. 그래서 올해 크리스마스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내기로 했다.


아이에게 가장 좋아하는 크림스파게티와 샐러드를 함께 만들어 먹자고 제안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함께 요리하고 웃는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서였다.


고맙게도 아들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시험 기간이 끝나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도, 우리와 시간을 나누어 주는 것이니 더욱 감사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가족의 마음을 잇는 가장 따뜻한 기억이 되는지도 모른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그래서 더욱 특별할 것이다. 화려한 장식도, 거창한 파티도 없지만, 가족이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웃는 그 시간이 우리에게 오래 남을 선물이 될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꿈을 다시 품은 나이, 마흔다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