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음식

by 민쌤


내가 싫어하는 음식,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냄새의 기억



어렸을 때 친정엄마는 순댓국 장사를 하셨다. 따뜻한 국물 한 그릇으로 사람들의 속을 달래주던 그 가게는, 어린 내게는 버겁고 무거운 세상처럼 느껴졌다.

가게 한쪽에서는 늘 돼지 삶는 냄새가 피어올랐고, 그 냄새는 벽과 천장, 엄마의 앞치마뿐 아니라 내 옷과 머릿결까지 스며들었다. 나는 아무리 씻어도, 아무리 빨래를 해도 그 냄새를 완전히 지울 수가 없었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선명한 현실의 냄새였다. 학교에 가면 그 냄새는 곧장 놀림이 되어 돌아왔다.


어떤 날은 남자아이들과 멱살을 잡고 싸우기도 했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억울해서였다. 나는 그 냄새가 싫어서, 내가 싫어서, 그 순간의 나를 감추고 싶은 마음에 더 격하게 반응했다. 예쁘게 머리를 올리고 비누향기를 풍기던 같은 반 여자아이와 비교당하는 순간이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기어들어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엄마가 순댓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냄새 속에서도 얼마나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는지, 그 따뜻한 국물 한 그릇으로 세 식구의 생계를 지켜냈다는 사실을. 엄마의 손끝에서 피어오르던 냄새는 누군가에게는 위로였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온기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나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기엔 너무 작고 여린 존재였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나는 순댓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성인이 되고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했지만, 그 음식만큼은 유독 마음 깊이 자리한 기억들과 엮여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누군가는 음식 취향이라고 말하겠지만, 나에게 순댓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건 오래된 상처의 냄새이자, 동시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삶의 냄새이기도 하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감추고 싶어 했던 그 냄새 속에는 엄마가 버텨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여전히 순댓국을 먹지 못하지만, 그 냄새를 미워하던 어린 나를 이제는 이해하려 한다. 그저 너무 힘들고, 부끄러웠고,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나는 안다. 어떤 냄새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얼마든지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


“우리가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든 다시 선택할 수 있다.”
_카를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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