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by 민쌤

올해의 책
_올해 읽은 책 중 인상 깊었던 책 1권



흔들릴 때 만난 한 권의 책

올해 읽은 책들 가운데, 유독 오래 마음에 남은 책이 있다.
부아 c의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몇 달 전부터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웃고, 맞장구치고, 무리 속에 섞여 있는 일이 점점 버거워졌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어딘가 불편해 보일까 걱정이 되었고,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하자 마음이 자꾸 닳아갔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
버티는 것도, 놓아버리는 것도 쉽지 않은 애매한 지점에 오래 서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 건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관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자꾸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그 무렵 이 책을 만났다.

마치 지금의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 책 제목부터가 마음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문장은 위로라기보다 하나의 질문처럼 다가왔다.
정말 그럴까? 외로움이 꼭 잘못된 신호는 아닐까?

나는 이 책을 빨리 읽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가능한 한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읽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에 몇 장씩만 넘겼고, 문장이 마음에 걸리면 그대로 멈췄다. 밑줄을 긋고, 여백에 짧은 메모를 남기며 읽었다. 그 문장에 대한 생각이라기보다, 그 문장이 불러온 내 마음의 이야기들을 적어 내려갔다.

책은 끊임없이 말해주었다. 외로움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내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다시 재는 시간일 수도 있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조용한 요청일 수도 있다고. 그 말들은 내가 스스로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동안 나는 외롭다는 감정을 부정하려 했고, 관계가 힘들어질수록 더 애써 괜찮은 척하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처음으로 말해주었다. 지금의 흔들림이 꼭 잘못된 길 위에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읽는 동안 나는 자주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 누구와, 어떤 관계를 원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지켜온 관계들 중 사실은 오래전부터 무리하고 있었던 것은 없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했는지.


이 책은 해결책을 주지 않는다. 대신, 혼자 앉아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건네준다. 그래서 더 좋았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흔들릴 때 만난 이 책은 내 삶을 단번에 바꾸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이제 외로움을 이전처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마다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자책하기보다, ‘지금 나는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올해의 책으로 남았다. 내 마음이 흔들릴 때, 조용히 옆에 앉아 “지금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던 책으로.

외롭다면, 어쩌면 우리는 아주 성실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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