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면 영혼이 치유된다

by 민쌤


아이들과 함께하면 영혼이 치유된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영혼이 치유된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왔다. 누군가에게는 짧지 않은 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방향을 바꿀 만큼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일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맞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작의 1년은 고통에 가까웠다. 한 시간에 다섯 명, 여섯 명의 아이들만 들어와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하루가 끝나면 몸은 녹초가 되었다. 면역력이 약했던 나는 감기약을 달고 살았고,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버거웠다.


목은 늘 쉬어 있었고, 기관지가 약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기침을 했다. 이 일이 몸에 배지 않았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실감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싫지 않았다. 힘들고 지쳤는데도, 아이들 곁에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몸은 아파도 마음은 살아나는 느낌, 그 감각이 나를 다시 교실로 이끌었다.


아이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 별것 아닌 웃음소리 하나에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기도 했다. “선생님, 오늘은 좀 재미있었어요.” 그 말 한 문장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아이들 속으로 들어갔고, 아이들은 나의 하루가 되었다.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싫다던 아이들이 있었다. 반에서 늘 꼴찌를 하며 스스로를 포기했던 아이들, 시험 점수가 늘 3~40점대에 머물러 있던 아이들, 공부 앞에서 기가 죽어 고개를 들지 못하던 아이들. 또 스트레스로 몸이 먼저 반응해 틱 증상을 보이던 아이들도 있었다. 그 아이들은 처음엔 책상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주 조금씩 변화가 시작됐다. 스스로 자리에 앉아 연필을 잡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문제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 변화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았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나는 그 작은 움직임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잘했다고, 괜찮다고,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은 점점 자신을 믿기 시작했고, 그 믿음은 공부를 넘어 삶의 태도로 이어졌다. 힘들다고 주저앉던 아이들이 다시 일어섰고, 스스로를 미워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과정 속에서 나 역시 변화했다. 아이들을 통해 나는 인내를 배웠고, 기다림을 배웠다. 무엇보다 사람은 ‘성과’보다 ‘존재’로 존중받아야 성장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아이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조심스레 사과할 때,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때,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느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조금 더 괜찮아 보였다.


아이들은 나에게 보람을 주었고,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힘들고 지친 날에도 교실 문을 열게 하는 힘은 아이들이었다. 그들의 성장 과정 속에서 나는 내 삶의 방향을 다시 확인했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생활하며 하루를 살아낸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내 영혼이 조금씩 치유되고 있음을 느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아이들은 나를 살게 하는 존재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아이들 곁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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