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청소 데이

삶을 다시 숨 쉬게 하는 작은 정리

by 민쌤


먼지 청소 데이

_삶을 다시 숨 쉬게 하는 작은 정리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 천명관, 『고래』



아침부터 오늘의 글감을 받고(글쓰기 모임) 청소를 시작했다. 이번에 내가 정리하기로 한 곳은 부엌이었다.
예전에는 매일 밥을 해 먹던 공간이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일이 바빠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나면서 부엌은 점점 덜 사용되는 공간이 되었다. 그 결과, 양념장 위에는 먼지가 쌓였고 언제 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주방용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늘어날수록 부엌은 조용히 숨을 멈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족들이 집에 들어오는 시간도, 식사하는 시간도 서로 맞지 않다 보니 함께 밥을 먹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 대신 배달 음식이 늘어났고, 내 몸에는 좋지 않은 것들이 하나둘 쌓여 갔다. 몸이 무겁고, 쉽게 피곤해졌다.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만 버티자”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쌓인 건 먼지뿐만이 아니라, 내 삶의 습관이구나. 그래서 큰 결심 대신 작은 정리를 선택했다.


모든 걸 한 번에 바꾸려 하지 않고,
“다시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부엌 한 구역만 정리하기로 했다.


나는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버리려고 꺼내 놓았던 그릇들 대부분은 결국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대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 상태가 좋지 않은 재료들, 이곳저곳 흩어져 있던 작은 물건들을 정리했다.


신기하게도 정리를 하고 나니 마음이 먼저 가벼워졌다. 집이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대청소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복잡해졌는데 이렇게 한 구역만 정리하니 부담스럽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라면 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삶도 비슷한 것 같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하지만 작은 먼지 하나를 닦아내는 일은 오늘 당장 할 수 있다.


“작은 변화가 가장 오래가는 변화다.”
― 제임스 클리어


부엌을 정리하며 깨달았다. 삶을 정리한다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하루에 하나씩, 먼지를 털어내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오늘은 부엌이었다. 내일은 식탁일 수도 있고, 내 마음 한편 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조금씩 닦아내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의 먼지 청소는 나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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