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정비하며 다시 배우는 삶의 균형
마음을 정비하며 다시 배우는 삶의 균형
작가님들은 어떤 쪽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나 먼저’일까, 아니면 ‘타인 먼저’일까.
이 질문을 오늘의 주제로 삼아 가만히 나를 돌아본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나’보다 ‘타인’을 먼저 두고 살아온 사람이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아마도 보고 자란 삶의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억 속의 아버지는 늘 웃음이 많았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를 떠올리면, 동네에서 제법 이름난 이야기꾼이자 농담꾼이었다. 개그맨을 했어도 잘했을 만큼 유머 감각이 뛰어나셨고, 사람들 사이에 있기를 좋아했다. 그 곁의 어머니는 늘 바빴다. 식당을 하시며 빠듯한 살림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김치가 담그는 철이면, 반찬을 나누는 날이면, 어머니의 손은 늘 이웃을 향해 먼저 움직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자연스럽게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손과 몸이 먼저 반응했고,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는 일은 늘 어려웠다.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분위기를 맞추고, 불편함을 줄이는 역할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삶의 장면들이 쌓이면서 알게 되었다. ‘타인 먼저’의 삶이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도움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나의 손길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생겼고,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면서 남을 돕는 모습은 때로 오지랖이라는 말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마음이 힘들어졌던 건, 선의를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마주할 때였다.
그때부터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나’를 돌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선행을 멈추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나를 소진한 상태에서 건네는 친절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선의조차 의무가 되고, 짐이 된다.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도 오래 돌볼 수 없다.”
미셸 드 몽테뉴
지금의 나는, 삶의 정비가 필요한 시기에 와 있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며 살아온 시간은 분명 나의 일부였고, 그 시간 덕분에 나는 성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무거운 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누구나 만나는 삶이 아니라, 만날 수 있는 사람들만 만나고 싶다. 얕은 관계 대신, 최선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교류를 원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은 언제나 그렇듯, 나를 재촉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조용히 곁에 앉아주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정비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에게 너무 가혹해질 때
타인에게도 잔인해진다.”
프리드리히 니체
1. 『나는 죽을 때까지 지적이고 싶다』 – 양원근
지적 성장이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사유하는 태도임을 일깨워준다. 삶의 중심을 다시 ‘나’에게로 가져오는 단단한 문장들이 인상 깊다.
2.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 부다 C
외로움은 실패가 아니라, 자기 삶을 제대로 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관계에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붙잡아주는 책이다.
3. 『각성』 – 김요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자각하는 과정에 대해 말한다. ‘왜 이렇게 살아왔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그래서 꼭 답을 해줘야 할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4. 『평범한 인생』 – 카렐 차페크
위대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이렇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평범함 속에 담긴 삶의 존엄을 조용히 보여준다. 평범한 인생도 평범하지 않았음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인생에 대한 책이다.
5. 『곁에 두고 읽는 니체』 – 사이토 다카시
니체의 사상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어, 삶의 태도를 점검하게 만든다. 나를 지키는 강인함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철학에 대해, 니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편하게 읽히는 착한 철학책이다.
지금의 나는 ‘나 먼저’와 ‘타인 먼저’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어느 한쪽을 완전히 선택하기보다는, 그 사이의 균형을 배우는 중이다. 나를 돌보는 일이 이기심이 되지 않도록,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나를 소진시키지 않도록. 오늘도 나는 책을 읽고, 생각을 적고, 마음을 정비한다. 조금 더 나답게, 조금 덜 무겁게 살아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