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여행을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은 여전히 분주하다. 풍경은 바뀌었지만 생각은 그대로다. 바다를 바라보고, 낯선 거리를 걷고, 사진을 남기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해결되지 않은 걱정들이 조용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며 문득 깨닫는다. 나는 아직 완전히 내려놓는 법을 배우지 못했구나.
생각이 많은 사람은 어디에 있든 생각 속에 머문다. 그래서인지 여행지에서도 나는 자주 멍하니 서서 사색에 잠긴다.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노래, 외국어 간판 사이에 간간이 보이는 한글 문구들. 분명 낯선 곳인데,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낯설지 않다. 어쩌면 익숙함이란 장소가 아니라, 내가 늘 품고 다니는 생각의 결일지도 모르겠다.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삶.
그 욕심과 책임이 겹쳐지며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쉬러 온 여행에서조차 나는 나 자신을 잠시 멈추게 하지 못한다. 쉼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걱정을 내려놓는 용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은 쉽게 말을 듣지 않는다.
특히 지난 2025년은 유난히 무거웠다. 힘들고 안타까운 일들이 이어졌고, 애써 버텨온 시간들이 몸과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한 해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더 가깝다. 이곳에서 모든 걱정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잠시 내려놓는 연습만큼은 하고 돌아가고 싶다.
“우리는 짐이 무거워서 지치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지 않아서 지친다.”
_헨리 데이비드 소로
여행이 끝날 무렵, 나는 말끔하게 씻은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다. 모든 문제가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내 마음만큼은 조금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걱정을 안고 살아온 나 자신을 다그치기보다, 여기까지 잘 버텨온 나를 조용히 안아주며. 이 여행이 나에게 그런 출발선이 되어주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