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공부는 인생의 두 번째 봄이다

by 민쌤

늦은 공부는 인생의 두 번째 봄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실패를 만난다. 힘들고, 지치고, 더는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찾아온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의 어린 시절에는 그런 순간마다 곁에 있어 주는 어른이 거의 없었다. 위로 대신 침묵이 있었고, 조언 대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만이 남아 있었다.


지금의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른은 많지만, 아이의 마음을 대신 흔들어 주고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주는 어른은 여전히 부족하다. 어릴 적의 나는 어떻게 아픔을 이겨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버텼다. 흘러가는 대로, 일이 벌어지는 대로, 때로는 참고 또 참으면서 시간을 견뎠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삶을 되돌아보니 의외의 사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가장 힘들고 지쳤던 순간마다
어김없이 책을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몇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책이 나를 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지금의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기거나 감당하기 힘든 일이 앞에 놓일 때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대신 공부를 선택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분야의 책들이 있고, 나보다 먼저 살아온 사람들의 고민과 실패, 그리고 회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렇기에 책 보다 더한 스승은 없고, 그보다 더 진실한 인생 교과서도 없다.


나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읽고, 필사하고, 공부한다. 흔들릴 때마다 나를 붙잡아 주는 것은 사람의 말보다, 책 속에 남겨진 사유였다. 책은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조급하게 몰아세우지도 않는다.


다만 조용히 곁에 앉아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준다.
그 한 문장이 삶을 다시 견뎌낼 힘이 되곤 한다.


나는 책을 통해 필사를 시작했고, 필사를 통해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인생을 살게 될 줄은
단 한 번도 꿈꿔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이 삶이 꽤 마음에 든다.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돌아왔지만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내가 조금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늦은 공부는 실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다시 피어나는 가능성이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늦은 공부는 인생의 두 번째 봄이라고.


누군가는 늦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야 제 계절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경험이 나 혼자만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잦은 실패 앞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라는 선택을 통해 조금 더 단단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인생은 한 번의 계절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든 다시 배울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늘 책 한 권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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