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2월 5일의 나에게
2026년 12월 5일의 나에게
오늘이 2026년 12월 5일이라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26년 1월 5일.
정확히 11개월을 앞둔 오늘,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이 질문 하나를 받아 들고 한참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마치 시험지에 단 한 문제만 남겨두고, 펜을 쥔 채 답을 모른 척 천장을 바라보는 사람처럼. 작년처럼 라인댄스 대회에 나가 무대 위에 서 있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글을 쓰는 이 조용한 루틴을 묵묵히 반복하고 있을까.
몇 가지 가능성을 떠올려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듯했지만 가슴을 두드리지는 못했고, 현실적이었지만 설레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조금 더 과장되게, 조금 더 욕심을 내보기로. 현실의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상상의 나라를 펼쳐 보기로 했다.
상상 속의 2026년 12월 5일
그날의 나는, 내가 쓴 책을 홍보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다. 서점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춘다. 진열대 한 칸, 누군가의 손길로 가지런히 놓인 책들 사이에 내 이름이 적힌 책 한 권이 보인다.
괜히 책 등을 한번 쓰다듬어 보고, 누가 볼까 싶어 슬쩍 주변을 살핀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돌아서지만 입가에는 지워지지 않는 미소가 걸려 있다.
그 책 한 권에는 수백 번의 ‘오늘도 쓸까 말까’를 이겨낸 시간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새벽의 문장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가 조용히 눌러 담겨 있다. 나는 아마도 그날, 책이 잘 팔리는 지보다 끝내 해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벅차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쓰다 지우기를 반복했고, 확신 없는 문장 앞에서 오래 머뭇거렸고, ‘이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내 끈기와 용기를 조용히 안아주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인데도 괜스레 웃음이 나는 이유를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아직 ‘상상’ 일뿐이다. 현실에서 이뤄진 것도, 보장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왜 글을 쓰면서 혼자 헛웃음을 짓고 있을까. 민망한 이유는 단 하나다. 마치 “나 이런 꿈 있어요”라고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괜히 부끄럽고 쑥스럽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민망함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용기의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은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이루고 싶지 않은 사람은 오늘을 이렇게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나는 지금,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상상하며 오늘의 나를 다잡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눈에 띄는 성과는 없고, 누가 알아주는 일도 없지만 나는 내 책상 앞에 다시 앉는다. 왜냐하면 내가 상상한 그 하루는 결국 오늘 같은 하루들로만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있든 단 하나만은 분명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구나.”
“그래도 오늘을 허투루 살지는 않았구나.”
그 말 한마디를 미래의 나에게 들을 수 있다면, 오늘의 민망함쯤은 기꺼이 안고 가도 괜찮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쓴다. 아직은 상상 속 이야기일지라도, 언젠가는 현실이 될 문장이라고 조용히 믿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