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계획하지 않고 글을 쓰는가

by 민쌤

나는 왜 계획하지 않고 글을 쓰는가


글을 어떻게 쓰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잠시 멈칫하게 된다. 일필휘지로 휘리릭 써 내려가는지, 아니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한 문장씩 쌓아 올리는지. 글 하나를 완성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맞춤법 검사는 하는지, 제목을 먼저 쓰는지, 본문을 먼저 쓰는지. 이 질문들은 모두 ‘잘 쓰는 방법’을 묻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어떤 태도로 쓰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가깝다.


나는 글을 쓸 때 계획적으로 구상하지 않는다. 대단한 구조도, 정교한 설계도 없다. 대신 먼저 제목을 정한다. 지금 내 마음에 가장 가까운 말, 오늘 나를 붙잡고 있는 문장을 제목으로 꺼내 놓는다. 그리고 그 제목에 어울리는 기억과 경험을 하나씩 떠올리며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간다. 줄줄이 사탕처럼, 끊기지 않게, 멈추지 않게.

잘 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떠오르는 것을 놓치지 말자는 마음이 더 크다. 그렇게 한 번에 써 내려간 글은 늘 투박하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의 예의로 한 번, 많아야 두 번 정도 글을 다시 읽는다. 문장이 어색하지 않은지, 감정이 과하게 튀어나오지는 않았는지, 읽는 사람에게 불필요한 가시를 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조심스럽게 살핀다.


하지만 ‘완벽하다’는 이유로 마무리를 짓지는 않는다. 완벽해질 때까지 고치기 시작하면, 글은 끝없이 미뤄지고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정해진 수정 횟수가 있다. 그 이상 고치고 싶어질 때는 마음이 불안정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럴 때는 오히려 글을 닫는다. 완성도가 아니라 완결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나는 글을 일기처럼 쓰거나, 누군가에게 조용히 이야기하듯 쓰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주제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운데, 구도까지 잡고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려고 들면 일주일에 한 편도 쓰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는 누구나 읽어도 부담 없고, 내가 매일 꺼내 쓸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고른다. 그래야 오래 쓸 수 있고, 그래야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 줄리아 카메론


마지막으로, 나는 꼭 맞춤법 검사를 한다. 요즘은 도구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고칠 수 있다. 맞춤법 때문에 글쓰기를 미루기보다는, 먼저 쓰고 나중에 고치면 된다. 우리는 교과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온 하루를 기록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니 맞춤법을 걱정하기 전에, 형식을 걱정하기 전에, 먼저 쓰자. 편하게, 솔직하게, 오늘의 언어로.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나는 오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의 생각을 기록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문장으로 붙잡고, 다시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는 사람. 조금만 용기를 내서 오늘의 글을 쓰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주 쓰는 삶,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좋은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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