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투자하는 일보다 남에게 무언가를 챙겨주고, 선물하는 데 더 익숙한 사람이다. 예전에는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선물을 건넸지만, 나이가 들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그 횟수는 점점 늘어났다. 누군가에게 필요해 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떠올렸고, 맛있다는 음식이 유행하면 하나 더 사서 건네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때의 나는 그것이 배려라고 믿었고, 마음을 전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습관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너무 자주 주는 선물은 더 이상 선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내가 호의로 건넨 물건이 상대에게는 필요 없는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상대는 그것을 ‘선물’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솔직히 화가 나고 당황스러웠다. 내 마음을 담아 건넨 것인데, 왜 저렇게 반응할까 싶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니, 그 또한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보다 받는 사람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그래서 질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선물은 여전히 선물인데, 그 의미가 이렇게 가벼워질 수 있다니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 우연히 SNS에서 본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시간에, 그 마음에, 나에게 선물할 것.
타인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나에게 투자할 것.”
그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었다. 좋아하는 옷을 입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이상하게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타인을 챙기느라 정작 나 자신에게는 너무 인색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는 것으로 나의 가치를 증명하려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선물은 사실 1년에 단 한 번, 생일에만 받아도 충분히 특별하다. 그래서 선물은 귀한 것이고, 그 안에는 ‘당신을 생각했다’는 마음이 담긴다. 그런 의미의 선물을 아무 때나 쉽게 건넸으니, 받는 사람에게는 감동이 아니라 부담이 되었을 수도, 혹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돈이 많아서 선물을 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너무 오랫동안 타인에게 집중하며 살아왔고, 그만큼 나 자신을 뒤로 미뤄왔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주는 마음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 마음이 나를 소모시키는 방향이라면, 한 번쯤 멈춰 서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기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어떤 하루를 살고 싶은지를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주기 전에, 나에게 먼저 묻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선물은 여전히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지만, 이제 나는 그 선물의 가장 첫 번째 수신인을 ‘나 자신’으로 정하려 한다.
“타인을 돌보는 만큼, 자신을 돌보는 것도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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