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란다.
아침 7시.
주말 아침인데도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포나비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불속에서 조금 더 뒹굴었을 것이다. ‘주말인데 좀 쉬자’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먼저 떠올랐을 테고, 그 유혹을 핑계 삼아 침대와 화해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달랐다.
나는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준비하고 옷을 골라 입었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지만 아이라인까지 예쁘게 그렸다. 그저 모임에 가기 위해서였다.
사실 눈이 부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젯밤, 꼬꼬무에서 한혜경, ‘선풍기 아줌마’ 이야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 삶은 너무 아팠고, 너무 가혹했고, 나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견디지 못한 채 새벽 1시까지 울었다.
울다 잠이 들면 몸이 가벼울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슬픔은 잠으로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다음 날 아침까지 따라오는 법이었다. 그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 준비를 마친 뒤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때 알았다.
모임이… 다음 주라는 것을.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렇게 붓고 피곤한 얼굴로, 주말 아침을 포기해 가며 앉아 있었는데.
“다음 주란다. ㅋㅋ”
웃기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 나는 내 모습이 조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일어났구나.’
‘그래도 나는 준비했구나.’
‘그래도 나는 나를 움직였구나.’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그게 꽤 큰 일이었다.
사람은 힘들 때 더 쉽게 무너진다. 피곤할수록, 마음이 울적할수록 침대는 더 달콤하게 손짓하고 이불은 더 따뜻하게 나를 잡아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치고 이 자리까지 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의 나는 충분히 잘 해낸 것 같았다.
모임이 취소된 것도 아니고, 그저 날짜를 착각한 것뿐인데 나는 그 작은 실수 덕분에 내가 얼마나 성실하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수업을 할 수 없어 아쉽기도 했지만 나는 바로 눕지 않았다. 다시 책을 펼쳤다. 그게 내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힘든 날에는 책을 읽고, 마음이 흔들리는 날에는 글을 쓰고, 내가 나를 붙잡지 못할 것 같은 날에는 문장 하나에 기대어 숨을 고른다.
오늘은 모임이 없었다. 하지만 모임이 없는 하루라고 해서 내 하루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오늘, 나를 다시 확인했다.
나는 여전히 앞으로 가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배우고 싶었고, 나는 여전히 나를 살려내고 있었다. 다음 주라는 사실이 나를 허탈하게 만들 줄 알았는데, 그 말은 오히려 나를 웃게 했다.
“그래, 다음 주면 어때. 나는 이미 오늘도 준비했고 이미 오늘도 일어났고 이미 오늘도 책을 펼쳤잖아.”
나는 나를 위로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이제 다시,
이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야겠다.
“삶은 완벽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는 것이다.”
_마야 안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