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그만두기) / AND(시작하기)

by 민쌤

END(그만두기) / AND(시작하기)




올해 나는 하나를 끝내고, 하나를 시작하기로 했다. 끝내기로 한 것은 의미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이고, 시작하기로 한 것은 소설책을 읽는 일이다.


요즘 들어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업무 연락도, 학원 공지도, 일정 관리도 대부분 핸드폰으로 처리하다 보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다가도 어느새 추천 영상 하나를 누르고, 쇼핑 사이트를 둘러보고,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자극적인 영상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보지 않아도 될 장면들을 소비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1시간, 2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시간은 흘렀는데, 남는 것은 없다. 그저 ‘봤다’는 흔적만 남는다. 나는 원래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사람이다. 비현실적인 설정과 과장된 감정선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다. 그래서 소설도 비슷한 이유로 잘 읽지 않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 생각했고, 굳이 시간을 내어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차라리 인문학 책, 철학서,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이 더 나에게 맞는 옷 같았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좋은 문장은 소설 속에 숨어 있고, 깊은 인물의 내면은 이야기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학은 머리를 단단하게 만들지만, 소설은 마음을 말랑하게 만든다는 것도 배웠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늘 말한다.
“다양하게 읽어야 생각이 넓어진다.”


그 말을 정작 나는 실천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소설을 펼치기로.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습관이 된 손놀림은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켠다. 잠깐의 공백이 생기면 손은 자동으로 핸드폰을 찾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잠들기 직전 침대 위에서. 그 짧은 틈을 견디지 못하고 화면 속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짧은 공백이 쌓여 나를 만든다는 것을.


핸드폰을 반복하면 산만한 사람이 되고, 책을 반복하면 깊은 사람이 된다. 나는 후자가 되고 싶다. 소설은 현실과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안에는 더 진한 현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말로 꺼내지 못한 감정, 설명하지 못한 관계, 미처 이해하지 못한 상처들이 이야기 속에서는 천천히 펼쳐진다. 드라마처럼 과장되어 보였던 장면들도, 알고 보면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일 수 있다.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든다.”
_프랜시스 베이컨


나는 완성된 사람이 되기보다,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읽어야 한다. 익숙한 것만 읽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낯선 장르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END는 단순히 그만두는 것이 아니다.
AND는 단순히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핸드폰을 줄이겠다는 말은 시간을 되찾겠다는 선언이고, 소설을 읽겠다는 다짐은 내 감정의 폭을 넓히겠다는 약속이다. 아마도 처음에는 몇 장 읽다가 졸릴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낯설어 자꾸만 핸드폰으로 도망치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책을 펼칠 것이다. 하루 10분이라도, 한 페이지라도 읽겠다. 그렇게 천천히 나의 독서 지도를 넓혀갈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습관이 실력이다”라고 말해온 사람으로서, 이제는 나도 나에게 같은 말을 건네고 싶다. 핸드폰을 내려놓는 10분이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 10분을 선택하겠다.


END(그만두기).
AND(시작하기).


올해는 그렇게, 나의 시간을 되찾는 해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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